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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中 연초부터 반부패 드라이브… 대대적 ‘호랑이 사냥’ 나섰다

시진핑(가운데) 국가주석이 지난 18일 공산당 최고 감찰 조직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가을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에선 ‘호랑이 사냥’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새해 들어서만 4명의 고위 관료가 중국 사정당국의 감찰 타깃이 됐다. 중국 관영 방송은 지난주 고위 관료들의 부패상과 그들이 자아비판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5일 연속 방영했다. 부패 공직자의 말로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2012년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공산당은 부패한 고위 관료(호랑이)와 하급 관리(파리)를 함께 잡겠다며 연중 상시 반부패 캠페인을 벌였다. 부패 척결은 시 주석이 내세우는 치적이자 장기집권을 정당화하는 명분이다. 동시에 반시진핑 세력을 제거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비리 관료들의 자아비판

“내가 법치 건설이나 공평 정의의 파괴범이 될 줄은 몰랐다.”

한때 중국 공안부 2인자로 승승장구하다 지금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쑨뤼진 전 부부장은 지난 15일 CC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무관용’에 나와 이렇게 참회했다. 1969년생인 쑨리쥔은 2008년 공안부 판공청 부주임으로 베이징에 입성해 2018년 최연소 공안부 부부장에 올랐다. 그러나 2020년 4월 법규 위반 혐의로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당시 기율·감찰위는 쑨리쥔과 관련된 수십 개의 혐의를 열거하면서 ‘정치적 야망이 팽배하고 개인의 목적 달성을 위해 권모술수를 부리며 당내 편가르기로 단합통일을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쑨리쥔은 이듬해 9월 당적과 공직이 박탈됐고 11월 체포돼 지금은 뇌물수수, 증권시장 조작, 불법 총기 보유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기율·감찰위는 쑨뤼진 사건을 ‘(2017년) 19차 당대회 이래 가장 심각한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부패 척결의 대표 케이스로 띄우는 분위기다. CCTV는 쑨리쥔이 최연소 공안부 부부장이 된 이후 스스로 ‘15년 계획’을 세워 “5년마다 한 계단씩 오르겠다”고 주변에 허풍을 떨었다고 전했다.

쑨리쥔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었던 멍젠주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의 직속 부하였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가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부터 권력 투쟁과의 연관성이 불거졌다. 상하이방이 오랜 시간 길러온 후계자를 낙마시켰다는 것이다.

쑨리쥔 사건을 계기로 시 주석이 집권하던 해 주석직을 두고 경쟁했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시 주석이 연임하던 해 차세대 주자로 꼽혔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낙마했던 일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당시에도 시 주석의 1인 지배 체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당내 권력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CTV가 방영한 다큐멘터리에는 16건의 기율 위반 사례와 함께 기율·감찰위 간부들이 나와 반부패 투쟁 성과를 강조하는 대목이 나온다. 부패 관료들이 참회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3회에 등장한 중국과학기술협회 당 조직 구성원이자 서기처 서기를 지낸 천강 전 베이징시 부시장은 “당의 검열과 제재에 감사하다. 방황하고 흉흉했던 지난날의 인생 상태를 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임 기간 1억2000만 위안(2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약 80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왕푸위 전 구이저우성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지난 17일 1심에서 사형 집행유예 선고 받고 전 재산을 몰수당했다.

고위 관료를 대상으로 한 사정 바람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시 주석은 지난 11일 중앙부처 장관급 및 지방정부 관리를 대상으로 한 토론회에서 “당 기율과 국법과 관련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누구든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또 일주일 뒤 열린 중앙기율위 전체회의에선 고위직을 향해 “배우자와 자녀 관리를 잘 하고 본분에 맞게 행동하라”고 말했다.

사정 바람 더 거세질 듯

기율·감찰위가 올해 들어 23일까지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감찰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힌 인사는 4명이다. 장융쩌 티베트자치구정부 부주석, 국유기업인 중국생명보험의 왕빈 회장, 류훙우 광시좡족자치구정부 부주석, 왕밍후이 쓰촨성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주임이다. 중국은 고위 공직자를 부패 혐의로 조사할 때 심각한 기율 위반이란 표현을 쓴다. 그리고 조사 대상이 된 인사는 당적과 공직이 박탈되고 기소돼 재판을 받는다. 몰락의 신호탄인 셈이다.

기율·감찰위에 따르면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장관급 이상 392명을 포함해 간부 61만6000명이 조사를 받았다. 중국 공산당 권력의 정점인 정치국 상무위원도 사정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반부패 투쟁에서의 압승은 중국 공산당이 지난해 당의 100년 역사를 총결산한다며 채택한 ‘역사 결의’에 시 주석의 업적으로 포함됐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 명분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다만 10년간 계속돼온 당의 통제 강화, 반부패 캠페인이 빅테크 산업 등 각종 민간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 당국은 청렴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이유로 사교육, 문화 예술 등 각 방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반부패 캠페인은 정치적 의도가 무엇이든 우선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며 “올해 가을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당의 검열 강화, 사정 드라이브는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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