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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혹, 빨리 자라거나 폐경 후에도 커지면 암으로 갈 위험

[주목! 이 클리닉] 세브란스병원 자궁근종·내막증센터

세브란스병원 자궁근종·내막증센터장인 서석교 교수가 자궁질환이 의심돼 병원을 찾은 여성과 상담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제공

전체 여성의 50∼60%에게 근종
그 중 67%는 아무런 증상도 없어
가임기 여성 1∼2년 주기 진료를
크기 등 경과에 따라서 제거 수술
내막증이 난임 원인으론 더 많아

가임기 여성들에게 흔하고 임신과 출산에도 영향을 주는 질병이 있다.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증이다. 진료 환자 증가세도 가파르다. 2020년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증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은 각각 51만4780명, 15만5305명으로 2016년 대비 50%, 48%씩 늘었다. 특히 20대는 각각 62%, 55.1% 증가해 가임기 여성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자궁 혹’으로 불리는 근종은 자궁벽을 이루는 근육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생기는 양성 종양이다. 에스트로겐 등 여성 호르몬 노출, 환경적 요인 등이 병을 야기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어지는 경우 근종 위험이 높다. 늦은 결혼과 임신·출산 경향도 오랜 호르몬 노출로 인해 영향을 준다.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높은 과체중·비만 여성은 3배 이상 높은 위험을 갖는다고 보고돼 있다. 또 가족 중에 근종이 있다면 발생 확률이 가족력 없는 경우 보다 2.5~3배 높다.

세브란스병원 자궁근종·내막증센터장인 서석교 산부인과 교수는 24일 “근래 20대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예전에 비해 건강검진을 받는 젊은 여성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근종은 전체 여성의 50~60%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67% 정도는 증상이 없다는 보고가 있다. 서 교수는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는 거의 모르고 지내다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등 임신·출산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에 근종이 커지면서 방광 등 주변 장기를 눌러 소변이 자주 마렵고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져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도 근종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양상이 다르다. 평소보다 생리량이 많고 그로 인해 빈혈이 나타난다면 의심해 봐야한다. 예정일이 아닌데 출혈이 있거나 생리통(급성 골반통)이 심할 때도 마찬가지. 비정상 자궁 출혈이나 골반 통증이 있을 때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진단에 도움되지만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임기 여성이라면 1~2년에 한 번씩 산부인과 검진을 꼭 받는 것이 중요하다. 비정상 자궁 출혈, 골반통 등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이나 선근증 등 다른 부인과질환에도 흔히 나타날 수 있어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다만 자궁근종 진단을 이미 받았다면 검진 주기를 6개월~1년 단위로 앞당겨 근종의 크기, 개수의 변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서 교수는 “증상이 없는 여성에서는 근종을 크게 걱정할 필요 없고 경과 관찰만 하면 되지만 근종이 커서 방광·복부 압박이 심하거나 생리량이 많아 빈혈이 야기될 정도라면 빠른 제거를 고려해야 한다. 또 근종이 자궁내막에 위치한 경우 출혈을 유발하므로 없애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자궁근종 크기는 평균 3~6㎝가 가장 흔하지만 최대 20㎝까지도 발견된다. 그는 “근종은 1년에 평균 0.5~1㎝씩 자라는데, 크기가 평균 이상 너무 빠르게 자라거나 폐경 이후에도 계속 커진다면 드물지만 암(자궁 육종)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수술하고 조직검사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궁근종으로 인한 악성종양 발생 확률은 0.1~0.5%로 낮다.

자궁근종은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젊은 여성들이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 근종이 난자나 배아(수정란)의 이동을 방해하거나 주변 자궁내막 조직을 변화시켜 난임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 반대로 근종 제거 후 임신 성공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난임을 초래하는 질환으로 최근 전문가들이 근종보다 더 심각하게 보는 것이 자궁내막증이다. 자궁안에 있어야 할 생리 조직이 나팔관, 복막 등 자궁 바깥에 붙어 생기는 병이다. 발병 원인은 명확지 않지만 면역기능 저하, 환경호르몬, 서구식 식생활, 유전적 요인 등 탓으로 추정된다. 난임 여성의 20~50%가 자궁내막증을 갖고 있는 걸로 보고된다. 또 만성 골반통증 호소 여성의 40~80%가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는다. 서 교수는 “20대 후반~30대 초반에 대부분 생기고 폐경 후에는 진료 환자가 거의 없다”며 “난임 외에도 계속 진행되면 주변 장기 유착을 유발하고 1% 정도는 난소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만큼 조기 대처가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증이 크거나 수개월간 약물 치료에 호전이 없을 경우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수술할 경우 건강한 난소 조직 일부가 함께 제거돼 임신 능력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의료기관에서 ‘알코올 경화술’을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자궁내막증 부위에 플라스틱 튜브관(배액관)을 넣어 탁하고 끈적거리는 내용물을 빼낸 뒤, 그 자리에 알코올을 20분간 주입해 자궁내벽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법이다. 전신마취나 절개가 필요 없어 환자 부담이 적고 시술 후 난소 기능에도 영향이 적다.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만득 교수는 “지금까지 150명 이상의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치료 성공률이 95% 이상이며 환자가 겪는 통증이나 시술 합병증이 거의 없었다”면서 “미국 및 유럽 유명 의학회지에 보고한 바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자궁근종과 내막증은 젊은 여성에서 흔히 발견되는 질병인 동시에 치료법도 다양해 여러 과가 관여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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