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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화 수순” 금융당국 평가 무색… 가계부채 다시 경고등

작년 말부터 3주도 안 되는 기간
신용대출 6조 ↑ 주담대 2.3조 ↑
연말 상여금 상환 등 일시 현상 오판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부터 지난 20일까지 3주도 안 되는 기간에 9조5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가계부채 증가액이 크게 줄어들자 금융당국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거래가 하락해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했는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런 평가가 무색해진 셈이다. 연말 상여금 지급, 부동산 비수기 등이 겹쳐 나타난 가계부채 감소를 성급하게 정책 효과로 과대 해석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23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8조550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대비 9조4978억원(1.34%) 증가한 수치다. 20일 만에 이미 지난해 12월 한 달 증가 규모(3648억원)를 26배 이상 뛰어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신용대출이 6조942억원 늘었고, 주택담보대출도 2조298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신용대출의 급증은 지난 18~19일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SKIET, 카카오뱅크 등 대어급 IPO가 있을 때마다 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하면 ‘IPO에 따른 일시적 증가’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촉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용대출 급증액(6조942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전달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이 훨씬 가팔라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안정화 수순에 들어섰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1월 들어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하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가계대출 관리 강화방안 효과로 주택 관련 자금 수요가 줄었고, 이로 인해 가계대출이 안정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의 ‘오판’은 일시적 현상을 부풀린 결과로 보인다. 12월에는 통상 상여금, 성과급 지급 등이 몰리는 때이기 때문에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상환 여력이 높아진다.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된 만큼, 총 대출액 2억원을 넘기거나 기준에 아슬아슬하게 닿는 사람들이 상환을 서둘렀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뜻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의 경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쇼핑·휴가도 줄었던 만큼 일시적인 대출 상환 수요가 몰렸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결과로 주택매매 건수와 자금 수요가 감소했다고 했지만, 12월이 전통적인 부동산 거래 비수기라는 점에서 확실한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부채 총량규제 정책의 특성상 연말에는 가계부채 증가액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 달 만으로 가계부채 대책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당국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연말에 상당히 방어적인 대출 전략을 짰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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