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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 바이러스 취급해놓고” 유족들 발끈

선 장례 허용… 2년 만에 지침 변경
“이제 와 추가 감염 근거 없다니…”
일부 유족은 “매장도 허용해야”

23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인근 길가에 코로나19 검사 대상자에게 지급되는 안내문이 구겨진 채 버려져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630명으로 코로나19가 국내로 유입된 2020년 1월 20일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최현규 기자

지난 연말 최모(40)씨의 아버지는 코로나19 확진 후 호흡기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갑작스러운 부친의 사망에 유족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정부의 ‘선(先)화장, 후(後)장례’ 방역지침에 따라 시신은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됐고 가족들도 고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목관조차 만져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화장터에서는 유족 대표 한 명을 제외하고 화장장에 들어가는 관을 먼발치에서 지켜봐야 할 뿐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아버지와의 마지막은 ‘관이 지나간 자리에 소독약이 뿌려지던 모습’이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확진 사망자의 추가감염 우려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장례 지침을 2년 만에 바꾸겠다고 하자 코로나 유가족들이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씨는 23일 “소독약이 뿌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바이러스 그 자체로 여겨지는 것 같아 자식으로서 비통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박탈당한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한다”는 청원글을 올렸다. “수의조차 제대로 입혀드리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유족들의 마음을 정부가 헤아려서라도 지침에 따라 장례절차를 한 유족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씨가 글을 올리기 몇 시간 전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장례 지침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장례 지침, 통계 검색엔진에 검색한 결과 시신으로부터 코로나19가 전파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며 ‘선장례’를 허용토록 지침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사망 후 시신의 체액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긴 했지만 대부분 감염력 있는 생존 바이러스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기존의 코로나 사망자 장례 지침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백서’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임종 전 가족과의 대면 작별인사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사망 후 유족들의 시신 확인도 막아왔다.

고인이 코로나19 전파의 원인이 될까 마지막 인사조차 포기했던 유족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코로나19 확진 후 사망하면서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이모(55)씨는 “감염병에 걸린 죄인처럼 관도 만지지 못하게 해 인사도 못하고 화장된 뼛가루만 받았는데, 이제 와서 ‘과학적 근거가 없었다’고 하니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은 “추운 겨울에 아버지는 알몸에 기저귀 한 장만 한 채 화장이 되셨다”며 “정부가 사망자에 대한 인간적 존엄을 지켜주지 않은 데 대해 별다른 입장이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일부 유족은 선장례가 허용된 만큼 화장이 아닌 매장도 허용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코로나 사망자 유족 황모(59)씨는 “선산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장묘공원에서 코로나 사망자 시신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먼저 사망한 부모님과 함께 매장할 수도 없다”며 “장례를 먼저 치를 수 있다는 것은 감염 위험성이 없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매장이 안 될 까닭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장례 시 감염 예방을 위한 세부 방역수칙을 마련하고 장사시설과 장례 실무자 및 참석자의 감염 우려가 없도록 사전 교육과 안내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전성필 이형민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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