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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콕 집었다… CEO 쇠고랑 채우는 중대사고 유형

정부 ‘엄정 처벌’ 유형 구체화
안전 수칙·작업계획서 미준수
유사 형태의 중대재해 재발 때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사흘 앞두고 산업 현장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24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50대 근로자 1명이 크레인 작업 중 철판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사진은 회사 관계자가 재해 현장을 보는 모습. 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정부가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엄정 처벌’ 대상이 되는 유형들을 구체화했다. 안전수칙이나 작업계획서를 습관적으로 준수하지 않고, 유사사고가 재발되거나 내부 직원의 의견을 방치해 사고로 이어질 경우 경영책임자를 더욱 강도 높게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애매한 중대재해법 처벌 기준이 노사(勞使)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전국 48개 지방고용노동관서 기관장들을 불러 강력 수사 대상 유형들을 소개하면서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안 장관은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 요인을 묵인 또는 방치하는 대표적 3가지 유형을 제시한 건 이에 해당하는 사유로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더욱 엄정히 대응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중대재해법은 ‘징역 1년 이상’ 하한형으로 설계돼 조문상으로는 처벌 수위에 제한이 없다.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 기관장들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대비 회의에 참석해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안 장관은 엄정 처벌 대상 유형들을 제시했다. 뉴시스

고용부는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이 관행적으로 안전수칙 및 작업계획서를 준수하지 않을 시 즉각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법에서 요구하는 경영책임자의 ‘사고 예방 계획 수립’ 차원에서 나아가 ‘의무 이행’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과거 발생한 사고와 유사한 형태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때도 엄중 처벌 대상이다. 자주 발생하는 사고 유형에 대해서는 더욱 고방도의 처벌을 유도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중대재해 유형을 보면 건설업은 ‘추락’, 제조업은 ‘끼임’에 의한 사망사고가 해마다 가장 잦았다.

경영책임자가 현장의 유해·위험 요인에 대해 직원 의견을 듣지 않거나, 직원이 의견을 개진했는데도 이를 방치해 중대사고로 이어진 때에도 즉각 수사가 이뤄진다. 현장 직원이 사고 이상징후를 사전에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다고 보고, 기업이 직원 의견을 안전보건관리체계에 적극 반영토록 한 것이다.


안 장관은 “이번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는 여전히 산업현장에 재해 예방체계가 충분치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노력이 인정받아야 하는 만큼 유해·위험 요인을 묵인·방치해 중대재해로 이어지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이 코앞인데 법 해석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경영계는 노동자 사망사고로 대표이사가 직접 처벌 대상이 되는 기준을 문제 삼는다. 반면 노동계는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에게 안전 관리 예산과 인력, 조직 전권이 넘어가면 경영책임자가 얼마든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법 시행 후 대기업에 ‘몸값 높인 희생양’만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공장장·현장소장 등은 직접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질병 사망의 경우 직업성 질병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도 해석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중대재해법에는 공무원도 적용 대상이지만, 부처 장관이나 산하기관장이 실제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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