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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상가서 진료하란 건가” 혼돈의 동네 의사들

동네 병의원 치료시스템 잘될까
의사 1인 의원 다음날 진료 접어야
확진자와 동선 분리 안돼 감염 우려
서울 참여 의원 아직 100곳에 그쳐

서울 노원구 노원구민의전당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24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서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513명으로 사흘 연속 7000명대를 유지했다. 이한결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무섭게 번지는 데 대응해 정부가 검사 치료체계를 동네 병·의원 중심으로 전환키로 했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현장 반발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4시간 환자 관리를 위한 인력도 부족한 데다 근무 공간 역시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1차 의료기관인 동네 의원이 제 역할을 못 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정부가 설계한 의료 대응망이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재택치료지원센터에서 심야 진료를 담당했다. 심야 콜은 1건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는 24시간 상시 대기 상태로 밤을 보내야 했다. 박 회장은 “의사 1명이 근무하는 의원의 경우에는 밤샘 근무 후 다음 날 진료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에 대비해 동네 의원 등을 중심으로 의료 대응 체계를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응급실이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재택 치료자 모니터링을 도맡았지만, 앞으로는 동네 의원이 1차 관리한 뒤 연계하게 된다. 심야에는 전용 휴대전화로 증상 악화에 상시 대비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지난 21일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 중이다. 오미크론 대응 의료체계로의 전환이 확실시되는 만큼 동네 의원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동네 의원들의 참여는 서울 기준으로 100여곳에 그쳐 지지부진하다. 의원들은 정부 지침 중 ‘24시간 의료기관에 대기할 것’이라는 내용에 특히 주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서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박모 원장은 “24시간 의료기관에 상주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경기 광주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도 “심야에는 재택 진료를 하거나 응급실로 연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오후 9시 영업 제한조치에 따라 상가 전체 소등이 이뤄지는 곳도 많아 의원 내 근무도 쉽지 않다고 한다. 급한 대로 서울시의사회가 재택치료지원센터를 마련해 심야 진료를 담당하고 있지만, 날로 급증하는 확진자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3차로 나누는 의료대응시스템은 중요하지만 1차 의료기관은 동선 분리가 가능한 독립된 공간에서 코로나 환자를 전담하는 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동네 의원 중심의 체계 전환은 한꺼번에 이뤄지긴 어렵다”며 “지역별로 신청을 받은 뒤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고위험군 등을 중심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 역량을 집중하고, 그 외에는 동네 의원 등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김 원장은 “의원은 규모가 작아 한 공간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어 의원은 물론 건물 내 전파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은 “의원 내 음압 부스 설치나 검사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신속항원검사 민감도가 40%에 그쳐 ‘가짜 음성’이 속출할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감염 초기에는 정확도가 떨어져 이때 검사하면 확진자 중 절반은 찾아낼 수 없다”며 “오히려 확산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유증상 환자에 대해서만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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