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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못가는 고향… 미술작품 감상하며 마음 달래보자

겨울의 한가운데서 맞는 설 연휴지만 남녘에선 매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니 전시 구경을 간다면 테마 하나쯤은 봄 마중으로 정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전에 나온 박수근 작 ‘고목과 여인’.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전은 그런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1950∼60년대 6·25전쟁 이후의 곤궁함이 지배하던 그 시절을 상징하듯 잎 하나 없는 겨울나무가 박수근의 작품에는 늘 나온다. 여인들도 늘 있다. 그들은 광주리를 이고 장에 가거나 시장에서 물건을 판다. 화강암처럼 단단하면서도 소박함이 느껴지는 화면에서 이 시대의 코로나 겨울을 견뎌내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연휴 기간 덕수궁 서울 과천 청주 4개관 모두 무료로 개방한다. 서울관만 1일 하루 휴관하고 나머지는 무휴다. 서울관에선 이건희컬렉션 특별전과 아이웨이웨이 개인전, 과천관에선 최욱경 개인전, 청주관은 국제미술 소장품 기획전 ‘미술로, 세계로’를 열고 있다.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에선 조선의 법궁이던 경복궁의 발굴과 복원 노력을 조명하는 ‘고궁연화’(古宮年華) 전을 한다. 조선 초 왕과 신하가 함께 나라의 미래를 그렸던 흥복전 자리에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정원이 들어섰다. 그런 고단했던 한국사와 함께 문화재 보존의 뜨거운 노력을 전시를 통해 배운 뒤 경복궁을 거닌다면 바닥 돌 하나도 이전과 달리 귀하게 다가올 것이다.

민속박물관에 가면 코로나 시대를 반추하는 전시를 볼 수 있다. ‘역병, 일상’ 특별전에선 조선시대에도 역(疫) 여역( 疫) 역질(疫疾) 돌림병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됐던 전염병을 겪었음을 각종 자료와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두창(痘瘡) 홍역(紅疫) 괴질(怪疾) 등이 그런 병이었는데, 당시에도 이런 병에 걸리면 피접(병을 앓는 사람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요양하는 것)을 가거나 집 안 외딴곳에 스스로를 격리하곤 했다. 선조들이 역병을 이겨냈듯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위로를 얻을 수 있다. 고궁박물관과 민속박물관 둘 다 설 당일(1일) 빼고는 모두 문을 연다.

울산시립미술관 개관기념전에 나온 알도 탐벨리니 작 ‘블랙 앤드 라이트’ 전시 전경.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미디어아트도 테마로 삼을 만하다. 울산시립미술관은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을 표방하며 이달 초 개관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공공미술 최초로 갖춘 실감 미디어아트 전용관이다. 알도 탐벨리니의 오감만족 전시인 ‘블랙 앤드 라이트’는 증강현실 가상현실 확장현실을 활용해 지구와 우주에 대한 신비한 체험을 선사해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1일만 휴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미래의 역사 쓰기: ZKM(체트카엠) 베스트 컬렉션’ 전은 독일의 미디어아트 전문 국립기관인 ZKM 소장품의 한국 첫 나들이다. 체험형이 많아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 좋다. 자전거의 핸들 움직임과 페달 속도에 따라 영상 속 화면이 쑥쑥 움직이는 ‘읽을 수 있는 도시’(제프리 쇼), 그네에 매달린 TV를 움직이면 화면 속 그네도 움직이는 ‘TV 그네’(디커 키슬링), 손을 갖다 대면 화면 속 비눗방울이 손을 피하듯 도망가는 ‘버블스’(볼프강 뮌하우, 키요시 후루카와) 등 신기한 작품을 놀이하듯 구경할 수 있다. 31일과 1일 휴관.

대구미술관 ‘모던 라이프’ 전에 나온 마르크 샤갈 작 ‘삶’.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의 ‘모던 라이프’는 프랑스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매그재단의 소장품과 자체 소장품을 엮어 모더니즘 미술사를 조명한다.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서양 미술사 거장의 작품이 주는 감동을 누리고 싶다면 대구미술관을 권한다. 프랑스의 국보인 샤갈의 작품 ‘삶’(1964년)은 유럽 밖으로 처음 나왔다. 연휴 기간 무휴.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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