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티비’가 무슨 뜻? 신조어엔 재미·세태 담겨있다

MZ세대 신조어
요즘 ‘이대남녀의 단어’ 총정리


최근 배우 신혜선이 쿠팡플레이에서 방영되는 코미디쇼 ‘SNL 코리아’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단어 ‘어쩔티비’, 이제 어떤 뜻인지 아시나요? ‘어쩌라고 가서 티비나 봐’의 줄임말로 10대들이 듣기 싫은 말을 들을 때 대응법으로 써먹는 표현입니다. 한 초등학생이 노인에게 길에서 비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훈계를 듣자 ‘어쩔티비’라고 외치고 도망간 시트콤 같은 사연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퍼져 나갔습니다.

이런 MZ세대의 신조어는 이제 하나의 인터넷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신조어가 또래 문화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SNS 등을 통해 전 세대로 퍼져 나간다는 것, 또한 과거와 달라진 점입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28일 “이제는 모두가 인터넷으로 소통하고 있어서 기성세대도 젊은 세대의 신조어를 좀 배워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MZ세대의 신조어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금 현재 우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호영성 대학내일20대연구소장은 “신조어는 ‘재미’라는 요소도 크긴 하지만 무엇보다 그때그때의 시대상이 반영된다”고 분석합니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하는 MZ세대의 신조어를 주제별로 나누어 정리해봤습니다.

삶의 의지를 다지는 희망의 언어

‘갓생’은 Z세대의 최상급 표현인 ‘갓’(God·신)과 ‘인생’을 합친 단어로 하루하루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아내는 삶을 뜻합니다. 기성세대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말해온 ‘근면’ ‘성실’ 같은 가치를 MZ세대의 방식으로 표현한 단어인 셈입니다. 유튜브에 ‘갓생’으로 검색해 보면 하루 동안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는 모습을 기록해 놓은 10대들의 영상들이 빼곡하게 놓여 있습니다.

‘서동요 기법’은 소원하는 일을 이미 벌어진 듯 꾸며 말하는 기법을 뜻합니다. 백제 무왕이 되는 서동이 어린 시절 ‘서동요’를 지어 선화공주와 결혼하게 됐다는 설화를 빌린 단어죠. 가령 “서동요 기법 간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윤성빈 스켈레톤 금메달 축하합니다”라고 적으면 윤 선수를 향한 희망과 응원을 더 강하게 표현하는 셈입니다. 갓생과 달리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재테크로도 발 넓힌 MZ세대

‘○○매매법’은 주식과 가상화폐 등을 재테크하는 방법을 희화화한 밈입니다. 가령 ‘토스 매매법’은 토스에서 증권 계좌를 개설하면 이벤트로 주는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는 방법을, ‘곡소리 매매법’은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식집사’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뜻하는 ‘집사’와 ‘식물’을 합친 말로 반려식물을 기르는 사람을 뜻합니다. SNS에는 식집사를 해시태그하고 자신이 기른 식물을 뽐내는 사진이 가득합니다. 형제 단어로는 희귀한 식물을 기르는 취미 생활로 돈까지 벌 수 있는 ‘식테크’가 있습니다. 몬스테라 잎사귀 한 장이 50만원에 거래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개성과 취향이 더 도드라진다

2016~2017년 신조어를 찾아보면 ‘개취’(개인적인 취향) ‘취존’(취향 존중)이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다양한 취향은 ‘존중해 달라’는 말이 있어야 생존 가능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이제는 취향을 말하는 게 한결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꾸미기’가 대세입니다. ‘다꾸’, 다이어리 꾸미기에서 시작한 꾸미기 열풍은 ‘신꾸’(신발 꾸미기) ‘깊꾸’(기프티콘 꾸미기)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했습니다. 구멍이 뚫려있는 ‘크록스’ 신발에 액세서리를 끼워 신발을 꾸미는 것, 기프티콘을 선물할 때 그림을 그리는 등 꾸며서 주는 것, 친구와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예쁘게 꾸미는 것들을 줄여 부르는 겁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나 굿즈를 개봉하는 건 ‘○○깡’으로 부릅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자연스러운 세대인 만큼 디지털 특징이 드러나는 단어도 등장했습니다. ‘æ’(아이)는 대세 아이돌 ‘에스파’의 멀티버스에서 등장하는 ‘또 다른 자아’를 뜻합니다. “오늘 코디 æ백예린임”처럼 닮고 싶거나 닮은 대상 앞에 æ를 붙이는 식으로 사용합니다. ‘오뱅있’은 ‘오늘 방송 있나요?’의 줄임말로 인터넷 방송에 익숙한 이들이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

언어 소통의 핵심은 ‘배려’

사실 이런 신조어를 MZ세대라고 모두 알고 있는 건 아닙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엔 초등학생 조카에서 ‘저쩔티비~’라고 장난을 쳤다가 오히려 알아듣지 못하고 이상한 이모 취급받았다는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기성세대와 요즘 세대의 대화에서 필요한 건, 신조어를 마구 써대는 용감함이 아니라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은 “세대 간의 소통을 특정 세대의 책임으로만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며 “‘내 말을 이해 못 하면 네가 무식한 거니까 네가 배워야지’ 이런 태도라면 당연히 소통은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연구관은 “뉴스에 나오는 전문 용어들을 젊은 세대들이 이해 못 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특정 세대나 계층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말은 늘 존재한다”며 “어른이고 또래고 관계없이 상대방이 못 알아듣거나 거북한 말을 자제하고 쉬운 말을 쓰는 게 진짜 언어 능력”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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