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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비경 품은 사색의 길… 느릿느릿 세월을 걷다

단양강 줄기 따라 즐기는 특별한 충북 여행

충북 단양군 만천하스카이워크에 서면 단양강 풍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멀리 소백산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가 단양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다.

충북 단양은 ‘신선이 살기 좋은 고장’이란 뜻의 연단조양(鍊丹調養)에서 유래됐다. 연단은 신선이 먹는 환약, 조양은 고르게 비치는 햇살을 뜻한다. 겨울철 단양에는 특별함이 있다. 강줄기 따라 하얀 비경이 펼쳐진다. 신선들이 머물던 무릉도원이며 한 폭의 수묵화다.

남한강 유역에 1985년 충주댐이 건설되며 형성된 충주호는 제천에선 청풍호, 단양에선 단양호로 불린다. 영춘면 오사리에서 도담삼봉을 지나 단양수중보까지의 남한강은 ‘단양강’이다.

단양강에 접어들면 단양역 인근에서 한강 밤섬처럼 강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수중도를 만난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 섬 전체가 습지와 초지로 변해 버린 단양읍 증도(甑島)리 시루섬이다. 강물 범람으로 위기를 맞은 마을에서 인간 띠로 무사히 살아남은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시루섬의 기적’을 낳은 곳이다.

홍수에 맞선 14시간 사투 끝에 기적을 낳은 시루섬.

1972년 8월 19일 오후 3시쯤 단양강이 범람해 마을 44가구 250여명의 주민이 고립됐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230여명의 마을 주민들은 높이 7m, 지름 4m의 물탱크 위로 올라갔다. 주민들은 노인과 여성을 안쪽에, 바깥에 팔짱으로 인간 띠를 형성한 젊은이들을 배치했다. 불어난 강물은 물탱크 6m까지 차올랐고, 주민들의 사투는 무려 14시간 이어졌다. 날이 밝자 한 젊은 어머니가 숨이 끊어진 돌 지난 아이를 안고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콩나물시루 같은 물탱크 위에서 압사했다.

아이를 안고 있던 어머니는 아이가 숨진 사실을 알았지만 통곡할 수도, 사람들에게 알릴 수도 없었다. 아이의 죽음이 알려지면 인간 띠 균열로 자칫 주민들의 목숨이 위험할까 걱정한 어머니는 밤새 의연하고 냉정하게 대처했다.

이 사연은 단양군이 2017년 조성한 70여㎡ 규모의 ‘시루섬의 기적 소공원’에 ‘14시간의 사투 그리고 인고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글로 새겨져 있다.

수중도 남서쪽에는 수양개선사유적지와 수양개빛터널이 있다. 수양개는 ‘수양버들이 많은 개울’을 뜻한다. 선사 유적이 발견된 애곡리 일대를 아우르는 지명이다.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은 1980년 수양개 일대에서 발굴한 구석기시대와 원삼국시대 유물을 전시한다. 찍개 사냥돌 슴베찌르개 등이 전시돼 있다.

수양개빛터널 외부 비밀의 정원.

수양개빛터널은 크게 빛터널과 비밀의정원으로 나뉜다. 빛터널은 길이 200m, 폭 5m다. 일제강점기 철도 터널로 지어 사용하다가 1984년 이후 노선이 바뀌며 방치된 것을 단장했다. 다채로운 LED 조명과 벽에 영상을 비춰 표현한 프로젝션 매핑에 음향효과가 더해지며 화려한 빛의 쇼를 연출한다.

북쪽으로 향하면 만천하스카이워크다. 만학천봉 정상에 위치한 전망대로, 길이 15m에 폭 2m 스카이워크 3곳이 공중으로 뻗었다. 80~90m 아래 단양강이 아찔하게 이어진다. 꽁꽁 얼어붙은 강물 위에 쌓인 하얀 눈이 순백의 세상을 펼쳐놓는다.

만학천봉에서 환승장이나 주차장까지 잇는 집와이어, 960m 숲길을 최고 시속 40㎞로 달리는 알파인코스터와 모노레일도 즐길 수 있다. 바로 옆에는 단양강 절벽 따라 ‘아슬아슬’ 산책하는 1.2㎞ 길이의 잔도가 있다. 느림보강물길의 일부로 열차가 지나는 상진철교 아래까지 이어진다.

이후 단양 읍내를 지나 도담삼봉에 닿기 전 강 옆에 커다란 동굴이 보인다. 금굴이다. 굴 입구는 정남향으로 햇볕이 잘 들고 동굴 규모는 길이 85m 이상, 최대 너비 10m, 최고 높이 약 8m의 석회암 동굴이다. 현재 굴은 85m 지점이 막혀 있다. 약 70만년 전 구석기부터 청동기 시대를 아우르는 유적이 출토된 곳이다.

구석기부터 청동기까지 유적이 출토된 금굴.

도담삼봉은 단양강에 솟아오른 세 봉우리다. 가운데 삼도정이라는 정자가 들어서 운치를 더한다. 인근에 자연이 빚은 조형미가 돋보이는 단양 석문이 있다.

여행메모
어린이 가족엔 다누리아쿠아리움
다채로운 마늘음식… 단양구경시장

수양개빛터널 관람시간은 화~일요일 오후 4시부터 9시다. 관람료는 어른·청소년 9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어린아이를 둔 가족 여행객은 다누리아쿠아리움이 좋다. 남한강 황쏘가리, 중국 홍룡, 아마존 피라루쿠 등 국내외 희귀한 민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높이 8m 메인 수족관, 단양팔경을 본뜬 수조도 볼거리다.

겨울철에는 단양 고수동굴(천연기념물 256호)도 들러야 할 여행지다. 약 200만년 전에 생긴 동굴로, 우리나라 석회동굴의 ‘레전드’다. 무엇보다 추위를 피할 수 있어 일석이조 여행지다.

여행의 마무리는 단양구경시장이다. 특산물 마늘이 들어간 다채로운 음식이 입맛을 돋운다. 마늘순댓국, 마늘통닭, 올갱이해장국 등은 단양구경시장이 자랑하는 별미다. 끝자리 1·6일에는 오일장도 선다. 단양읍은 마늘떡갈비와 쏘가리매운탕이 유명하다.

고구려 장군 온달의 비화 담긴 관광지도 둘러볼 만하다. 온달장군이 수련하고 평강공주와 사랑을 나눴다는 동굴도 함께 있다.





단양=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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