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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IPO 최대어 상장의 그림자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역대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기관 수요예측 주문금액 1경5203조원. 개인투자자 청약 증거금 114조원. 1조의 1만배인 1경과 100조원대의 천문학적 금액이 기록된 건 한국 증시의 기업공개(IPO) 역사상 처음이다. 청약 계좌도 442만여개로 중복청약 금지 이후 최대다. 국내 1위, 세계 2위 전기차 배터리업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흥행 대박을 터뜨리며 세운 신기록이다. 투자자 442만여명 가운데 31만여명은 높은 청약 경쟁률로 1주도 배정받지 못한 반면 최고 청약한도인 729억원을 납입한 ‘슈퍼개미’ 6명은 3646주를 배정받아 희비가 갈리기도 했다.

공모가 30만원인 LG엔솔이 오늘 상장한다. 투자자들은 ‘따상’(공모가 2배에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대한다. 상장 초기에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의 8.85%에 불과하고 수요 심리가 커 주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최근 신규주 열기도 뜨겁다. 올 들어 처음으로 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이 상장일인 지난 24일 따상에 성공했다. 현대차 사내 스타트업이었던 오토앤은 ‘따’엔 실패했지만 ‘상’을 달성한 것을 비롯해 5거래일 동안 상한가를 3번이나 쳤다. 이런 흥행몰이에 투자자들은 잔칫집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LG엔솔이 드리운 그림자를 간과할 수는 없다. 일명 ‘쪼개기 상장’으로 모회사인 LG화학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서다. LG엔솔은 LG화학에서 핵심인 배터리사업 부문을 2020년 12월 물적분할로 떼어내 만든 법인이다. 알짜 분리에 LG화학 주가는 지난해 초 100만원대에서 곤두박질쳐 현재 최고점 대비 35%나 하락했다. 대주주에게 유리한 모회사·자회사 이중 상장은 미국 등 주요국에선 드문데 우리나라에서 비일비재하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여야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개선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신속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국회도 나서야 하겠다. 공정과 신뢰는 자본시장의 생명이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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