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이지현의 티 테이블] 외로움을 선택하라


인간은 홀로 태어나고 홀로 죽음의 순간을 견뎌야 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낯선 세계에 홀로 던져진 존재이고, 죽음의 순간도 홀로 맞아야 하는 피조물이다.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애정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존재로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홀로서기’ 연습이 잘 안 되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인생의 마무리를 잘하려면 홀로서기를 잘해야 한다.

홀로서기의 힘은 유아기부터 형성된다. 이 힘은 어린 시절 내면에 형성된 안정감을 보여주는 한 가지 표시다. 아기는 생후 9개월쯤 되면 특정한 사람에게 애착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애착 대상(엄마를 비롯한 주 양육자)이 자신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있어 줄 거라 믿으면, 애착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잘 견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홀로서기 훈련을 한다. 이 훈련이 잘됐을 때 아이는 도전하며 성장해 간다.

인간의 불행은 홀로서기라는 외로움을 견딜 줄 모르는 데서 온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관계에 휘둘리는 사람은 평생 다른 사람의 기준에 끌려다닌다. 그러나 외로움을 선택한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강한 모습을 드러낸다. 혼자 있는 능력을 키우면 인간관계는 물론 인생에서 강해진다. 혼자 있는 능력이란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의 시간을 즐길 줄 알고, 혼자의 시간에 깊게 사고할 줄 아는 것이다.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의 저자 마이클 해리스는 군중 속에서 벗어나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는 홀로 있는 시간은 독창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움트게 하고, 불안한 정신을 치유하여 생산적 정신 상태로 만들어주며, 역설적으로 타인과의 유대감을 강화해 준다고 말한다.

“홀로 있는 시간은 기운을 북돋아 준다. 기억을 강화하며 인식을 날카롭게 다듬어주고 창조성을 북돋운다. 우리를 더 차분하게 만들며 주의력을 더 깊게 해주고, 머리를 맑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순응하라는 압박감을 덜어준다. 홀로 있음은 우리 삶에서 열정, 향유, 성취감의 가장 깊은 연원을 발견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우리에게 준다. 또 우리를 자유롭게 풀어주어 자기 자신이 되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모여 군중이 되었을 때 더 나은 동료가 되게 해준다.”(‘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중)

혼자 있는 능력은 귀중한 자원이다. 혼자 지낼 줄 모르면 누군가의 시간과 관심을 애걸복걸하게 된다. 노년기에 주변 사람에게 너무 기대서 관계가 멀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년기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음의 순간에 혼자 있게 될까 봐라고 한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 순간,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한다. 홀로 있는 것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은 홀로 있는 연습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 사람들은 내면 가장 깊은 곳의 느낌과 접촉하고 상실을 받아들이고 생각을 정리하며 태도를 바꾼다.

환경적으로 어린 시절 안정감 형성이 부족했던 사람들은 스스로 안정감을 키워주는 훈련을 통해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 홀로 있을 힘을 키우는 방법은 첫째,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끊임없는 선택과 용감한 실행을 반복한다. 둘째, 작은 도전을 통한 성취 경험이다. 성취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한다. 셋째, 하나님이 항상 함께한다는 믿음이다. 신앙인은 아이가 가까운 곳에 애착 대상이 있다고 여기고 안정감을 얻듯, 하나님이 항상 함께한다는 믿음을 가진다면 결코 혼자가 아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재택근무, 급속한 디지털 사회의 전환을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예전보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 이런 시간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외로움에 힘들어하거나, 슬퍼하거나, 불안해하지 말자. 때로는 홀로 있는 시간이 자신을 더 성장시킨다. 홀로 있는 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훈련을 통해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고, 외로움에 강해질 수 있다. 또 하나님이 내 안에 계셔서 동행하신다는 믿음과 깨달음은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하나님과의 영적인 만남의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 보자. “위기가 기회가 되고, 고난이 축복이 될 수 있게.”


이지현 종교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