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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청와대 이전 공약

라동철 논설위원


서울 종로 경복궁 뒤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청와대는 권부의 상징이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집무실과 비서실, 주거공간(관저), 영빈관 등이 있다. 이 자리는 조선시대 때는 경복궁 후원이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조선 총독 관저, 해방 후 미 군정 사령관 관저로 사용되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지금까지 대통령 관저로 쓰이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는 경복궁 후원일 때 이름인 경무대로 불렸으나 윤보선 대통령이 청와대로 바꿨다. 본관, 관저, 춘추관 등을 신축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노태우 대통령 때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7일 청와대 이전 공약을 내놓았다. 대통령 집무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관저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청와대 부지는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청와대 이전은 대선 후보들이 간간이 꺼내드는 공약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공약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첫 출사표를 던졌던 2012년 같은 공약을 제시했다. 대통령이 구중심처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더 가깝고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감으로써 투명하고 효율적인 청와대 시대를 열겠다는 취지였다.

귀가 솔깃한 공약이지만 실현 가능성을 놓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문 대통령이 공약을 철회했던 것은 경호와 외빈 접견 등 현실적인 문제에서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적 난제를 풀 수 있다고 해도 막대한 이전 비용, 주변 지역이 겪게 될 불편함 등을 감안할 때 굳이 옮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세종시로 전면 이전한다면 지역균형발전 효과라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광화문 등 인근으로 기능을 분산하는 정도로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탈권위주의와 새로운 정치가 목적이라면 공간 이전이 아니라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분산하고, 기자회견 등 국민과 소통하는 시간을 대폭 늘리는 게 더 확실한 방법 아닐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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