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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유동성·원자재 상승 덮쳐… 과거 양상과 다르다

과거엔 경기회복 국면에 긍정적
글로벌 리스크·공급망 교란 지속
농축산물 가격 밥상 물가도 골치

최근 물가 상승세는 공공요금 인상 예고,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 등의 영향으로 최소한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식료품 코너. 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최근의 물가 상승은 과거 인플레이션에 비해 복잡다단하다. 원인을 하나로 딱 집어서 말하기 어렵고, 공급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서로 얽히면서 물가 상승을 계속 부추기는 형국이다.

과거 물가 상승은 보통 경기 회복 국면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 회복 국면에서 나타나는 물가 상승은 소위 ‘긍정적 인플레이션’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는 현 상황은 경기 회복 국면이라 말하기 어렵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9일 “예전에는 수요 측 요인에 의해서 물가 상승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공급 측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고 원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뿐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면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폭발하는 일부 수요도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수요가 회복되는 과정과 공급망 교란, 유가 상승 등 공급 측 요인 변화가 같이 맞물려 있는 상황”이라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여기에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등 각종 구조적 문제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미·중 갈등은 공급망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고, 최근 고조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90달러 선을 넘기는 상황이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그린 인플레이션’도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 중 하나다. 원유 등 원자재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3대 에너지원(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은 단가가 오르면서 전년 대비 9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폭(48억9000만 달러)과 증가액(90억6000만 달러)을 비교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무역수지 적자의 큰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대외적 악재에 더해 고공행진하는 ‘밥상 물가’도 여전히 골칫거리다. 공급 측면에서는 인건비·사료비·운송비 상승에 2020년 덮쳤던 각종 기상재해가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늘어난 ‘집밥 수요’와 고급 식자재 관련 수요 증가도 농축산물 가격 상승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시중에 풀린 돈을 흡수하는 금리 인상 등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적극적인 재정정책 요구 목소리는 부담 요인이다. 이달 추가경정예산으로 수십조원의 돈이 풀리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밖에 없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물가 상승 관련 대내적인 요인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권에서 나오는 추경안 확대 목소리는 ‘재정적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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