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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연금개혁, 자료부터 공개하자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3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연금개혁에 합의하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제안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그런지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모두 개혁에 합의했다. 대선 후보들의 연금개혁 합의는 우리 정치사에 큰 의미로 남게 될 것 같다. 1차 토론의 가장 큰 성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과거에도 수차례의 연금제도 개편, 특히 공무원연금 등의 개편에서 전문가도 이해하지 못하는 온갖 꼼수 때문에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개악이 개혁으로 탈바꿈해서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 도입했을 때보다 연금 지급률을 2배 가까이 더 올리다 보니 재정 불안정이 불가피해졌다. 제도를 고친다고 하면서 향후 발생할 연금 적자는 국가가 책임진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국가지급보장 조항이 도입된 것이다. 평균수명이 52세이던 시절에 60세부터 받도록 설계된 공무원연금을 제도 도입 2년 만에 20년 가입하면 퇴직 즉시 받을 수 있게 바꾸고, 연금 지급률을 2배나 높였다. 그러고는 어쩔 수 없이 나타난 문제는 국가에 떠넘겨 버린 것이다.

평균수명 52세에 도입된 제도는 그대로 둬도 평균수명 80세 시대에서 지속되기 어렵다. 연금을 받을 기간이 30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개혁의 이름으로 웬만한 전문가도 알 수 없을 정도의 누더기 제도로 만들어 놓았다. 2009년 공무원연금 개편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두 나열할 수 없으니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자. 2010년 이전에는 연금 적용 소득이 ‘보수월액’이었다. 공무원 급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당을 제외한 본봉만이 연금 지급 기준소득이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공무원이 실제로 받아가는 전체 급여의 65% 수준이었다.

2009년 개편으로 각종 수당이 연금 적용 소득에 포함되다 보니 연금 산정 기준소득이 35% 포인트, 비율로는 54% 늘어났다. 연금 지급률이 조금 삭감되더라도 연금 산정 소득이 대폭 늘어나면 당연히 연금액은 더 커지게 된다. 고통스러운 개혁에 동참했다고 그렇게도 생색냈는데 정작 연금액이 더 많아진 것이다. 공무원 재직자의 56%가 연금액이 더 늘어나게 생겼다. 누구도 모르게 슬쩍 조항을 만들었다. 이 내용이 2015년 국회 공청회에서 알려졌다. 필자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 당시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현장에 참석한 인사혁신처 차장에게 사실 여부를 질의하면서다. 휴정 후 속개된 공청회에서 “예”라는 답변이 나왔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2015년 공무원연금 개편 역시 유사한 꼼수들이 숨어 있었다. 2015년 개편으로 신규 공무원이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연금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를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받아들였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공무원은 이러한 주장이 사실인 줄 알고 있다. 제대로 된 개편이었다면 가입자·수급자를 포함해 200만명(전체 인구 대비 4%) 정도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으로 인해 2020년 한 해에만 왜 국가부채가 100조원 넘게 증가했겠는가. 많은 일을 점검해야 할 대통령이 어찌 이러한 일들을 제대로 알 수 있겠는가.

그동안 공개해 오던 공무원연금 재정계산보고서도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대선 후보 간 연금개혁 합의가 찜찜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연금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구체적인 안에 대선 후보들이 당장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연금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가감 없이 공개하겠다고 합의한다면 그보다 더 값진 성과는 없을 듯하다. 당장 다음 TV 토론에서 후보들의 합의 도출을 기대해 본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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