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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의 대장동 연루 의혹에 답해야

그제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대장동비리 의혹과 관련, 조재연 대법관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장동 화천대유 관련해서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라는 것이 확인돼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대장동 그분’은 자신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조 대법관 이름은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대화 녹취록에 등장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원행정처와 조 대법관은 국민 앞에 공식적 입장을 명백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조 대법관과 관련한 의혹은 구체적인 게 없다. 조 대법관 본인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씨의 과시성 발언에 불과하다면, 조 대법관은 피해자인 셈이다.

그런데 대장동과 관련해 대법관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벌써 세 번째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재판 거래’ 의혹과 화천대유 고문으로 근무한 사실이 알려져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은수미 성남시장의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서도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번엔 조 대법관이 등장했다. 녹취록은 2019~2010년 김씨와 정 회계사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으로 A4 용지 500페이지 분량이다. 이 녹취록이 언론과 정치권에 의해 일부분만 공개되면서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일차적인 책임은 검찰에 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발 빠른 수사를 통해 의혹을 남김없이 해명했어야 한다. 녹취록 어느 대목에 의혹이 있는지, 어느 부분이 허황된 발언인지도 설명했어야 한다. 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수사를 질질 끌었다. 권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등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는 대선 이후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사법부의 책임은 더욱 크다. 법원은 ‘재판 거래’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대법원 재판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두 차례 기각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재판 자료 임의 제출 요청도 거절했다. 강제 수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재판 거래 의혹은 전 대법관의 개인 문제가 아니다. 사법부 전체의 신뢰가 걸린 문제다. 대법원 재판의 공정성이 흔들리면 국기가 흔들리는 것이다. 사법부가 먼저 나서 의혹을 밝히고 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 개혁을 기치로 취임한 지 4년이 넘었다. 지금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대법관 이름이 대선 TV토론에 등장하는 지경이 됐다. 그런데 김 대법원장은 아무런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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