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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로 간 기후위기… 탄소중립기본법 위헌성, 첫 판례 되나

청소년기후행동 2년 만에 또 접수
“미래세대 국민의 권리 침해해”
“국제 공동체 합의 수준 맞춰야”


최근 헌법재판소에 탄소중립기본법이 미래세대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이 접수됐다. 다음달 시행을 앞둔 이 법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느슨해 2030년 이후를 살아갈 세대에게는 탄소예산(배출이 허용된 온실가스의 총량)이 거의 남지 않게 된다는 주장이다. 2년 전 같은 문제의식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던 청소년들과 변호인단이 재차 헌재를 찾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 16일 2020년에 낸 헌법소원에 청구취지를 더하는 형태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추가 헌법소원을 냈다. 청소년들의 문제 제기는 기후위기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이번 대선과도 연결된다. 차기 정부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후퇴해도 현재 법으로는 이를 통제할 수 없다. 청구인들은 헌재에 “기후변화대응에 관한 대통령과 정부의 선처를 바라고만 있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쟁점 중 하나는 정부가 온실가스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다. 피청구인인 대통령은 2020년 10월 의견서를 통해 “저탄소녹색성장을 위한 정부의 책무를 다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직접 흡연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조치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위헌은 아니다’고 판단한 헌재 결정을 근거로 들었다. “정부의 각종 조치가 완벽하지 않고 다소 미흡해도 환경 보전에 매우 부족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청구인들은 국제 공동체에서 합의한 최저감축수준은 맞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대리하는 윤세종 변호사는 “기본권 차원에서 기후 변화의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출발선은 전세계가 합의한 파리협정 목표이고, 여기엔 국제법상 구속력이 있다”며 “그런데 현재 설정한 목표로는 (파리협정 목표인) 1.5도 근처에도 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환경에 관한 미래세대의 권리 침해 여부를 따지는 의미도 있다. 청소년들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작아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운다는 점 등이 문제라고 본다. 반면 정부는 미래에 야기될 수 있는 기후위기 상황을 이유로 청구인들이 생명권을 침해받는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맞선다. 윤 변호사는 “(기후 위기 대응은) 이런 문제가 평등과 차별의 문제가 된 사실상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청구인들은 해당 법에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설정돼있지 않고, 집행보장규정이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새로운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또다시 변경해도 이를 통제할 아무런 법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번 대선 이후 상황이 더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윤 변호사는 “이번 대선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놓고 누가 더 합리적인 해결책을 가져오는지 국민들이 검증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건 굉장히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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