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티타임·산책·묵상… 내게 맞는 루틴으로 마음 챙기길

‘내 마음도 쉴 곳이 필요해요’ 펴낸 정신과 의사 유은정 박사

유은정 박사는 최근 서초좋은의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부정적인 생각은 새가 지나가듯 지나가게 해라. 그 새가 우리 머리 위에 둥지를 틀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석현 인턴기자

크리스천이 우울증에 더 빠지기 쉽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내 마음도 쉴 곳이 필요해요’(규장)의 저자인 정신과 의사 유은정(51) 박사는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좋은의원 원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독교인은 항상 말씀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자기 삶의 가치 기준이 높은 경우가 많고 ‘좁은 길’을 지향하다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에 우울감에 빠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병원은 밝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책은 유 박사가 기독교인을 상담하고 치료하면서 했던 고민의 결과다. 그는 “가장 좋은 것은 우울이 경미할 때 내 마음을 가꾸고 내 마음 쉴 곳을 스스로 찾는 것”이라며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도 평생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다고 전해지지만 신앙에 대한 고민으로 율법과 자유 의지에 대한 방대한 저서들이 그 시대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저서는 마음과 몸이 무너진 상황을 해석하는 파트1와 자기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안내하는 파트2로 구성돼 있다. 유 박사는 “대개 겉으로 나타나는 공황 불면 우울 폭식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 밑에 가라앉아 있는 어린 시절의 상처, 사랑의 결핍, 낮은 자존감, 불안정한 정서, 좌절된 꿈 등이 있다”며 “그동안 눌러뒀던 마음을 표현하고 감정의 찌꺼기를 제거하고 잊고 지냈던 자신을 돌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울감을 서서히 해소하는 과정에서 크리스천은 믿음이 한층 성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처음 내원한 크리스천에게 나는 꼭 ‘당신은 우울증을 치료하러 온 게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러 온 겁니다’라고 말한다. 치료 과정은 하나님 앞에 우리가 조율되는 시간”이라며 “우리는 신앙이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에 우울증을 회복하면 신앙이 예전보다 깊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사랑’을 훈련이라고 했다. 유 박사는 “2019년부터 ‘사랑’을 묵상하기 시작했다. 그 결론은 내 안에 사랑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다. 주변에는 원칙주의자인 바울 같은 사람도 있고, 유연한 바나바 같은 사람도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상대의 강점은 배우고, 자신의 약점은 보완해야 한다. 오래 참아야 한다(고전 13:4)”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새로운 가치 체계를 형성할 좋은 계기라고 진단한다. 유 박사는 “코로나19는 재난이고 우리 삶에 광야와 같다. 광야는 그동안 의지했던 것들을 버리는 시간”이라며 “예배당에 갈 수 없는 상태에서 예배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지인을 만날 수 없게 되면서 관계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됐다. 하지만 우리는 광야 끝에서 삶에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건져 올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백신을 맞는 것처럼 ‘생각의 백신’을 소개했다. 일은 80%만 하고, 50% 사람에게만 인정 받기. 유 박사는 “교회 목사님이 우리집에 심방 오신다고 해서 식사 준비하고 디저트까지 굽다가 다 태워 먹은 적이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120%를 하려다 다 망친 거다. 마리아와 마르다 비유에서 보듯 일은 적절히 해야 한다. 완벽하게 다 하면 ‘번아웃’되기 십상”이라고 했다.

인정도 마찬가지다. 그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 많은 사람이 나에게 다 호의적일 수는 없지 않냐”며 “내가 만나는 사람의 절반 정도에게만 인정 받자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상에서 자기 마음을 챙기라고 했다. 유 박사는 “나는 아침에 출근할 때 계단을 오르며 기도를 하고, 퇴근 후 목욕을 하면서 마음에 찌꺼기를 씻어낸다”며 “티타임, 산책 등 자기에게 맞는 루틴을 만들면 좋다. 직장인들은 퇴근길에 평소 동네 미니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교회는 예배시간에 묵상 시간을 두면 좋겠다”고 했다.

이 책은 크리스천이 어떻게 우울에 빠지고 또 그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의학과 신학을 공부한 저자는 30만부 이상 판매된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2016)를 비롯해 ‘상처받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기’(2018) 등을 썼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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