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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원산도에서 공정 여행이란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지난해 말 보령해저터널로 연결된 원산도는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속한다. 하지만 거리상으로 태안군 고남면에 더 가깝다. 보령시 대천항에서 11㎞ 떨어진 반면 고남면 영목항과는 1.8㎞ 거리에 불과하다.

한적했던 원산도의 변화는 2019년 말 원산안면대교 개통으로 안면도와 연결되면서 시작됐다. 안면도에서 원산도까지 승용차로 2~3분이면 오갈 수 있게 된 것. 행정구역상 보령이지만 안면도와 더 가까워졌다. 두 번째 변화는 지난해 12월 1일 보령해저터널 개통으로 찾아왔다. 순수 해저 구간 5.2㎞를 포함한 6.927㎞ 길이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 긴 해저터널이다. 원산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라 육지로 변모했다. 원산도에서 보령 시내까지 90분 거리가 10분으로 단축됐다. 보령 시내버스가 운행되면서 주민들의 얼굴엔 반가움이 가득했다. 그동안 날씨가 좋지 않아 뱃길이 끊겨 발이 묶이는 걱정을 이제 하지 않아도 된다.

편리함 뒤에는 부작용이 숨어 있었다. 일부 주민은 되레 삶이 불편해졌다고 토로한다. 도로 개통으로 여객선이 운항을 줄이고 일부 항구에 들어오지 않아서다. 보령 시내로 연결되는 버스가 운행되고 있지만 버스 정류장과 멀리 떨어진 마을도 적지 않다. 운전을 못하는, 자가용이 없는 이들에겐 예전만 못하다. 땅값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개발에 따라 투기꾼들이 몰려와 오래전에 주민들에게 헐값으로 사들이면서 외지인들의 땅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섬 내에서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순진한 섬마을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차량이다. 11년 공사 동안 발파와 공사 차량으로 인한 진동과 소음은 겪지 않아도 되지만 밤낮없이 드나드는 차량의 소음과 교통 정체로 원산도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여행객에 대한 섬 주민들의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주민들이 돈 들여 종패(씨조개)를 뿌렸는데 차박 등을 하며 돈도 쓰지 않으면서 싹쓸이해 가기 때문에 현지인들에겐 경제적 도움은커녕 피해만 안겨 준다. 생활용수 부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원산도 주민 1000여명은 마을마다 한두 개씩 뚫은 관정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이전부터 물 부족이 있었지만 섬을 찾는 이들과 음식점이 늘어남에 따라 제한 급수가 잦아지면서 걱정이 더 커지고 있다. 해저터널을 통해 섬 곳곳에 들어가는 상수도는 내년 말에나 가능해 그동안 불편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

여행객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도 갈수록 늘어나 골칫거리가 돼 가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과 배달음식 주문이 늘면서 여행지마다 마구잡이로 버려진 쓰레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현지 주민과의 마찰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여행객이 많이 찾으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배 타고 들어오던 섬 시절에 찾아온 여행객은 하루 묵어가거나 현지 식당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연결된 다리나 터널을 통해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그냥 스쳐 지나가거나 준비해온 음식을 먹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이럴 때 ‘공정 여행’이 필요하다. 여행지의 삶과 문화, 자연을 존중하면서 여행자가 사용한 돈이 지역 사람들의 삶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착한 여행’이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식당, 가게나 시장을 이용해 여행하는 사람도, 현지 주민도 모두 좋아지는 상생 방안이다. 도시의 대형 마트에서 산 식재료를 가득 싣고 가 쓰레기와 매연, 소음만 남기고 돌아가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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