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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메타버스 병원 시대 올까


국립대병원 흉부외과 A교수는 메타버스 신봉자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를 합친 말로, 한마디로 3차원 가상현실 플랫폼이다. 요즘 사회 전반에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A교수는 메타버스를 의료에 선도적으로 접목했다. 그는 지난해 중순 메타버스를 활용해 외과 수술 현장을 라이브로 구현해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 아시아 각국 의사 200여명은 마치 게임에서처럼 본인의 아바타를 설정한 후 가상의 환경에서 폐암 수술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스마트 수술실에 구축된 360도-8K-3D카메라를 통해 집도의와 전공의, 간호사, 수술실 환경을 원하는 대로 볼 수 있어 실제 수술실 안에 있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A교수의 얘기를 들어보면 시공간을 초월한 메타버스 병원이 머지않아 현실화할 것 같다. 한국의 IT기술 수준이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인터넷망 속도가 심장박동수만큼 빨라진다면 한국에서 아프리카 환자를 메타버스 병원을 통해 실시간 로봇수술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타버스 병원은 지구가 아닌 새로운 행성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런 신기원이 열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모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정년 퇴임한 B씨도 메타버스에 소위 꽂혀있다. 그는 의료용 인공지능 ‘닥터 왓슨’의 국내 도입을 주도했던 의사인데, 이번엔 의료계에 아직 낯선 메타버스와 접점 찾기에 나섰다. 얼마 전에는 의료 분야에 메타버스 기술 활용을 도모하는 단체를 결성했다. B씨는 의료 메타버스가 고령화 시대 의료비, 환자 접근성이나 효율성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실제 환자는 자신의 병을 낫게 해 줄 의료진을 찾기 위해 2~3곳 병원을 전전하며 이동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은데, 메타버스 가상공간을 통해 이런 과정을 줄이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중환자실 같은 보호자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공간에 360도 카메라와 홀로렌즈를 설치하면 의사뿐 아니라 보호자들도 아바타로 환자 옆에 24시간 존재할 수 있어 간병이나 돌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기술이 고도화되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뿐 아닌,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까지도 디지털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어떤 이는 이를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이라 칭했다.

메타버스가 미래 의료에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시대적 흐름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디지털 의료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비교적 보수적인 의료계가 앞장서서 메타버스에 문을 열고 있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지금은 의료 메타버스의 시작점인 만큼 아직 상용화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다.

메타버스가 비대면 시대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료계 내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앞서 두 선도적 의사의 장밋빛 전망처럼 실현될지, 중도에 거품이 꺼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상황으로 좁혀 보면 법·제도적 걸림돌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가상 진료도 가능하게 될 터인데, 현 의료법상 원격 진료는 금지돼 있다.

또 하나 넘어야 할 장벽은 의사나 환자들의 심리적 저항감이다. 의사들은 AI가 처음 도입될 때도 직업을 잃게 되진 않을까 막연한 불안감을 가졌다. 환자들이 가상공간에서의 진료나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 하는 문제도 있다. 최근 헬스케어메타버스학회와 의료메타버스연구회 등 의료계 학술 모임이 자발적으로 꾸려졌다. 앞으로 이런 이슈들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와 고민이 있으면 좋겠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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