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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리포트] 제주 작은마을에 전국 최초 ‘민관협력의원’ 만든다

연면적 885㎡ 규모… 10월 준공 연내 개원 추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365일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 민관협력의원이 들어서면 주민들이 제주시 내 병원을 찾는 수고를 덜 것으로 기대된다. 위 사진은 민관협력의원 공사 현장 모습. 마늘 밭과 모슬봉 사이로 보이는 공사 현장이 민관협력의원이 들어설 자리다. 아래 사진은 의원 건물 신축공사 현장. 철근 대란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10월 준공 시기를 맞추기 위해 주말에도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의 작은 마을에 큰 공사가 한창이다. 서귀포시가 전국 최초로 추진 중인 민관협력의원 건립 공사다. 지난해 약국 동이 준공됐고 철근 대란으로 잠시 멈췄던 의원 신축 공사가 얼마 전 재개됐다. 지난 26일 찾은 현장엔 이미 완공된 약국 건물 뒤편으로 굴삭기와 대형 트럭이 분주히 터파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읍면지역이 그렇듯 대정읍도 노인 인구 비중이 높다. 만성질환을 한두 개씩 안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주민들이 그만큼 많은 지역이다. 농사를 짓다 보면 물리치료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가까운 병원이 적다보니 주민들은 매번 제주시내 병원을 찾고 있다. 농번기에는 한창 일할 낮 시간대에 편도 한 시간 거리의 병원을 오가야 한다.

서귀포시가 시민들의 거주지와 건강보험 외래진료 청구 병원의 소재지를 대조 분석한 자료에선 시민 절반 이상이 제주시내 병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정읍과 인근 안덕면 등 서귀포시 서부지역 주민들의 해당 지역(읍면) 병원 이용률은 11~28%로 서귀포지역에서도 가장 낮았다. 이들이 동네 의원이 문을 닫는 야간이나 휴일 시간대에 제주시내 병원을 찾는 건수는 한 해에 10만여건, 진료비 지출은 28억원이 훌쩍 넘는다. 서귀포시내로 가는 거리도 가깝지 않고, 규모가 큰 제주시 병원을 선호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 야간·휴일의 경우 종합병원 응급실로 주민들이 몰리다 보니 응급실에선 정작 중증 응급환자가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이 같은 읍면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고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이용률을 낮추기 위해 2019년 전국 어디에도 없던 ‘민관협력의원’ 모델을 구상해냈다. 서귀포시가 제출한 ‘지역사회 통합형 의료안전망 구축사업’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지역발전 투자협약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다. 국비 등 188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이듬해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기술지원단과 대상지 선정을 위한 지역별 의료이용현황, 의료수요 인구, 응급의료기관까지의 거리, 휴일·야간 진료비 지출 현황 등을 검토한 결과 서부권(대정, 안덕)이 최우선 대상지로 나타났다. 서귀포시는 대정읍 상모리 부지를 12억원에 매입했다. 앞으로 건물 신축과 주차장 조성, 각종 의료장비 구입에 총 31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제주 서귀포의 민관협력의원 조감도(위). 연내 문을 열 예정이다. 아래 사진은 의원 내 약국동 모습. 서귀포시 제공

전국 첫 서귀포 민관협력의원은 10월 건물 준공을 거쳐 연내 개원한다. 운영은 민간이 맡는다. 민관협력의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이달 중 제정되면 4~5월 중 전국을 대상으로 팀 단위 의료진을 공모한다.

총 4885㎡ 부지에는 연면적 885㎡ 규모의 의원 동과 약국 동(81㎡)이 들어선다. 의원 동 1층에는 진찰실과 처치실, 방사선실, 검진실, 물리치료실 등이 조성되고, 2층에는 서귀포 서부보건소 건강증진센터가 확대 이전한다. 넓은 주차 공간과 350㎡ 규모의 옥상 정원, 샤워실도 들어선다.

진료과목 선정을 위해 대정읍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선 일반 내과와 함께 소아과, 이비인후과, 안과, 피부과 등 전문 진료과목이 함께 개설되기를 희망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시는 이 같은 주민 의견을 반영해 의료팀 공모시 전문과목 의료진 참여 팀에 가점을 줄 예정이다. 계약 기간은 3~5년이다. 해당 기간 서귀포시에 시설 사용료를 내고 수익은 모두 의료팀이 갖는다.

시는 의료팀의 병원시설 임차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행정재산에 대한 사용료 감면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공유재산 관리 조례 개정도 추진한다.

시는 추후 민관협력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기관과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의료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병원 기능 강화를 통해 주민들의 병원 이용률을 높임으로써 뛰어난 의료진들이 서귀포로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보건소 건강증진센터를 통한 건강 증진 활동까지 이뤄지면 서귀포 서부지역 주민 건강 관리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응급실 경증환자 비율 감소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은미 서귀포시 서귀포보건소 지역의료강화TF 팀장은 “민관협력의원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지역사회 통합형 의료안전망 구축사업’의 핵심”이라며 “전국 대부분의 읍면지역이 의료취약지역으로 불편으로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서귀포에서 처음 추진되는 만큼 성공적인 모델로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엽 서귀포시장
“병원 가려면 1시간 이상… 읍면지역, 의료취약 문제 해결 기대”

“마을이 작으면 병원 수도 적죠. 그만큼 수익이 안 날 테니까요. 하지만 인구가 적은 읍면지역일수록 노인이 많고 병원은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읍면지역 의료취약지 해소 문제에는 행정이 적극 나서야 합니다.”

김태엽(사진) 서귀포시장은 1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서귀포시가 전국 최초 민관협력의원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서귀포시 인구 18만3000명 가운데 44%인 8만명 이상이 읍면지역에 살고 있다. 읍면지역 주민의 30% 이상은 60세 이상 노인층이며, 읍면지역 주민의 절반 이상이 제주시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김 시장은 “인근에 병원이 적어 주민들은 가벼운 배탈이나 두통에도 1시간 이상이 걸려 제주시로 나간다”며 “의료진의 자발적인 투자가 어려운 읍면지역에는 공공의료정책에 기반한 민관협력 모델이 의료취약문제에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민관협력의원을 일반 의원만이 아니라 고혈압·당뇨 관리 의료기관과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해 서부 지역에 특히 많은 노인인구의 만성질환 관리에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제도 적지 않다. 김 시장은 “뛰어난 의료진이 읍면지역에 일정기간 머물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선호하는 진료 조건을 갖춰야 하고, 진료 과목 등에 대한 주민 기대감도 만족시켜야 한다”며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도전적인 사업인 만큼 정부 부처는 물론 의사협회와 제주대 의과대학 기술지원단 등 관련 단체 및 전문가들과 지속적인 협의 과정을 거쳐왔다”고 말했다.

주민 의료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 내 전반적인 의료망 개선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김 시장은 “민관협력의원은 시가 2019년부터 추진해 온 지역사회 통합형 의료안전망 구축사업의 일환”이라며 “시는 이외에도 서귀포의료원 내 소아응급실 확충, 소화기내시경 중독센터 개설 등 의료 접근성이 부족한 서귀포지역의 공공보건의료 기능 강화와 응급 의료 체계 개선에 총 188억원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내최초 다수사상사 이송용 응급버스 도입, 평화로 인근 헬기 이·착륙장 설치, 응급처치장비 비의무대상 시설 확대 보급 등 응급환자 이송시스템 개선 기반도 마련했다”며 “현재는 범시민 심폐소생술 교육, 달리는 건강쿠킹버스 식생활 체험교육 등 시민 건강 역량 강화와 만성질환 예방 사업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글·사진 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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