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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좋아서 주는 표가 아니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내일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대선이 1주일도 안 남았다. 하지만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 가장 진보적인 투표를 해온 20대 여성들이 이번에는 거대한 부동층으로 남아 있다. 평소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정치 고관여층에서도 곤경이 엿보인다. 이번 투표가 요구하는 지성적 도전은 만만치 않다. 결정이 쉽지 않은 이유는 최악의 비호감 선거여서만은 아니다. 그런 평가는 후보의 인간적 자질에 대한 것인데 정책으로 봐도 최악의 퇴행적 선거라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눈 딱 감고 표를 줄 확실한 명분 하나를 찾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집권을 막지 못하면 촛불시위 이전으로 돌아갈 거라며 표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한 번 더 정권을 잡으면 뭐가 나아질 것인지 그려지지 않는다. 정치개혁이 될 것인가, 복지국가로 나아갈 것인가, 기후위기에 대비하고 불평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민주당은 지난 5년간 대통령과 국회, 지방정부를 다 장악하고도 개혁과 진보에 미진했다. 개혁 입법에 주춤거렸으며 복지 정책에선 과감하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반성하거나 기득권을 내놓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다를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가 내건 캐치 프레이즈는 ‘경제 대통령’이다. 경제는 언제나 중요한 가치지만 우리나라가 그동안 경제가 안 좋아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지 못한 것은 아닐 것이다. 부동산 관련 등의 공약을 보면 그간 민주당 정부가 지속해온 신자유주의적 방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어떤가. 정권교체 여론이 높다는 점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에 대한 긍정 평가가 임기 말에도 불구하고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것도 사실이다. 심판론이 그렇게 압도적인 민심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설사 정권교체론이 우세하다고 해도 그 대안이 지극히 부실하다면 표를 주는 데 고심할 수밖에 없다. 윤 후보의 정책은 우리 사회의 시계를 10년 전이나 20년 전으로 되돌린 것처럼 보인다. 젊은 남성들의 안티 페미니즘에 호응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약속하거나 북핵 위협에 맞서 선제타격론을 꺼내든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는 선을 넘은 것이다. 검찰 문제도 있다. 검찰의 권력이 축소돼야 한다는 건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동의해온 방향이었다.

이도 저도 싫어서 제3의 정당에 표를 주는 것도 속시원한 해결책은 못 된다. 그들의 인물과 정책을 지지하는 경우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표의 효과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거대 양당 중 누가 이겨도 차이가 없다고 보는 사람, 양당 체제를 깨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사람, 진보 정당이 크지 않는 한 사회 진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제3의 선택에 주저할 게 없다.

표를 줄 사람을 고르기가 어느 때보다 힘든 선거다. 내가 찍은 후보가 이겨도 대놓고 좋아할 수 없을지 모른다. 금방 자신의 투표를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고민과 불안을 안고 투표장에 가는 국민의 모습을 정치인들은 기억해야 한다. 자신들이 받은 표가 모두 지지라고 우기지 말아야 한다. 그 표에는 좋아서가 아니라 저쪽이 너무 싫어서 주는 표가 상당수 있다. 주고 싶은 곳이 따로 있지만 마지막으로 속는 셈 치고 주는 표가 섞여 있다. 일단 바꾸고, 못하면 다음에 또 바꾸면 된다고 다짐하며 주는 표가 들어 있다. 9일 결정되는 승자가 이런 마음을 살피면서 연합정부 구성을 선언한다면 어떨까. 어느 때보다 힘든 이번 투표가 보람될 것이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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