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담장을 넘어온 선율, 그날의 콘서트는 특별했다

팬데믹 시대 감동의 교정사역 현장

게티이미지뱅크

“너희도 함께 갇힌 것 같이 갇힌 자를 생각하고….”(히 13:3)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은 옥에 갇힌 이들을 보듬는 교정선교 현장까지 강타했다. 지난 2년 동안 목회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이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면서 재소자들과의 만남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는 사이, 담 안에서는 또 다른 감동의 이야기가 쓰여지고 있었다. 코로나로 각종 교육과 활동이 중단되자 재소자들과 교도소 직원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콘서트를 기획하고, 온라인 줌(Zoom)과 가상 강좌를 통한 재소자 프로그램도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가 내민 도전을 또 다른 사역 기회로 맞바꾼 것이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아시아 최초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와 미국 최대 교정선교단체인 ‘프리즌 펠로우십(Prison Fellowship)’ 이야기다.

‘음악은 담을 넘어…’


2020년 8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부인 출입이 좀처럼 여의치 않던 때였다. 매년 이맘때면 ‘대한적십자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소망교도소에서 공연을 펼친다. 이번에도 ‘화요문화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다. 정상적으로 개최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인데, 단원들의 공연 의지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이때, 소망교도소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가 콘서트를 성사시켰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당초 공연 장소였던 교도소 내 강당이 아니라 교도소 바깥 건물에 있는 청사 대회의실에 무대를 마련토록 한 것이다. 그리고 교도소 벽에 설치된 출입문들을 모두 열었다. 담 밖의 연주 음악이 담 안의 수용자들에게 들리게 하기 위해서다.

공연 직전, 김무엘 소망교도소 사회복귀과장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요청했다.

“라디오 생방송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평소처럼 수용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하는 공연은 아니지만, 여러분의 연주가 저 담을 타고 안쪽으로 울려 퍼질 겁니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은 이렇게 담장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수용자들은 이날, 코로나 팬데믹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생음악을 들으면서 ‘귀 호강’을 했다. 코로나가 준 또 다른 선물이었다.

아주 특별한 세족식

소망교도소 강당에서 진행된 목요집회에서 한 수용자가 손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소망교도소 제공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코로나 팬데믹이 이어지던 지난해 9월 10일 경기 여주에 있는 소망교도소 강당. 2주짜리 수용자(재소자) 교육 프로그램인 ‘테마스쿨’ 수료식에서 수용자 리더 30여명이 가스펠 ‘행복’을 한목소리로 합창했다. 교육 과정을 마친 신입 수용자들을 위한 노래 선물이었다.

이어진 세족식 순서. 리더들이 “그동안 고생했다”며 수료생들의 발을 정성껏 씻어주고 닦아줬다. 평상시 같으면 외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담당하는데, 이날은 함께 생활하는 ‘선배’ 수용자들이 교도소에 갓 들어온 ‘후배’ 수용자들의 발을 직접 씻어준 것이다. 맨발을 내민 수료생들도, 두 손으로 발을 닦아주는 리더들도, 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는 소망교도소 직원들도 저마다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소망교도소로서는 이날이 특별한 날로 기억될 만하다. 외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없이 수용자들이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완수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던진 도전

소망교도소 수용자(재소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신앙훈련 소그룹 도중 출소를 앞둔 수용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축복 기도를 하고 있다. 소망교도소 제공

이런 풍경을 가능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2020년 2월 말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하면서 일반 교도소는 물론이고 소망교도소 역시 외부인 출입이 전면 차단됐다. 수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화교육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많은 소망교도소로선 날벼락 같은 조치였다.

김무엘 과장은 4일 “소망교도소는 일반교도소와 달리 교육프로그램 비율이 60% 정도 달한다. 외부에서 오는 자원봉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이라며 “매주 평균 60명 정도, 1년에 많게는 3500여명(연인원)이 각종 봉사자로 참여해왔는데 그 봉사 인력들이 거의 다 끊기게 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는 소망교도소는 인성교육과 영성스쿨, 직업훈련을 비롯해 콘서트와 집회 등 수십 개의 수용자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소망교도소 직원들과 수용자들은 마냥 넋 놓고 있을 수 없었다. 권기훈 소망교도소 소장도 “교육은 우리 소망교도소의 생명인데, 계속 이어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독려했다. ‘그러면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 소망교도소 직원들과 수용자들이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그리고 교육 프로그램에 필요한 자료를 찾고, 자체 발표회도 열면서 교육 과정별로 매뉴얼을 만들어나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용자들과 직원들 사이에서는 ‘뭔가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용자들의 신앙훈련 프로그램인 ‘전인회복’을 비롯해 테마스쿨 등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외부 자원봉사자의 빈 자리를 교도소 가족들이 함께 채워나간 것이다.

“‘감사’의 뜻을 알게 됐어요”

수용자들이 함께 만들어간 이런 도전은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소망교도소 측의 협조로 수용자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우리가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고, 따뜻한 마음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형제 리더분들을 통해 ‘감사’라는 단어의 뜻을 알게 됐습니다.”(신입 교육을 마친 수용자 이○○)

“내가 직접 노래를 불러주며 신입 형제들을 환영할 때, 그들이 변화되는 눈빛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리더로 활동한 서○○)

값진 열매는 또 있다. 수용자 리더들은 그동안 자원봉사자들이 보여준 헌신과 사랑이 얼마나 컸었는지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다. 김 과장은 “비록 환경이 악화되었다 하더라도 하나님은 여전히 동일하게 일하신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시간들이었다”면서 “하루빨리 자원봉사자들이 합류해 수용자들과 함께 훨씬 더 풍성한 은혜와 감동을 누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대면’ 교정선교의 희망을 쏘다

미국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이 프리즌 펠로우십에서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 수료식에 참여하고 있다. 프리즌 펠로우십 제공

1976년 설립된 프리즌 펠로우십은 재소자와 그 가족, 복역 경험자들의 재기를 돕고 복음을 전파하는 미국의 교정선교 단체다. 소망교도소는 이 단체의 주요 프로그램 일부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이곳 역시 코로나 팬데믹이 사역의 큰 도전으로 다가왔다.

네브래스카주에 사는 리즈 스타노쉑 디렉터는 현지 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해 2019년 말 프리즌 펠로우십의 교정 프로그램인 ‘펠로우십 아카데미’ 개설을 준비했다. 재소자들에게 관계회복과 중독회복, 제자도 등을 가르치는 1년짜리 대면 강좌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강좌 개설은 올스톱 위기에 놓였다. 그때 학교 교사였던 그의 딸이 아버지를 독려했다. “줌으로 해보는 건 어때요.”

스타노쉑 디렉터는 흘려듣지 않았다.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강의안을 만들고, 교도소 측과 조율해 줌 강의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재소자 일부는 포기했지만 상당수는 완주했다. 1년 뒤인 지난해 4월 졸업식 때 스타노쉑 디렉터는 재소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교도소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면하지 못하는 재소자들을 위해 피켓에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격려하고 있다. 프리즌 펠로우십 제공

“이 특별한 강좌는 여러분들의 성취와 인내와 헌신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강좌를 성공적으로 마친 여러분은 다른 어떤 어려움도 거뜬히 이겨낼 것입니다.”

이밖에도 프리즌 펠로우십은 지난해 전국의 국영 교도소와 협력하면서 ‘가상’ 교육을 비롯한 콘텐츠 보급, 콘서트 등 이른바 ‘희망 만들기’ 행사를 98건 진행했다. 참석자는 3만8100명이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행사 수(209건)보다 적었지만 참석자 수(2만1400명)는 78%나 늘었다. 비대면 교정선교 사역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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