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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안철수의 낯선 길, 걱정이 앞선다

손병호 편집국 부국장


더불어민주당이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를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그런 인색한 평가와는 달리 여당도 그동안 안 후보를 상대로 상당한 구애를 벌였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이 단일화 대상인 안 후보를 한창 조롱할 때,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안 후보의 마음을 사기 위해 자신의 ‘원톱’ 측근을 보내 공동정부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지극정성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 마음을 돌리는 데 결국 실패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 상대로 윤 후보를 선택한 것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원초적 미움 때문일 것이다. 일전에 그와 통화할 기회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에 그래도 어느 쪽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봤었다. 그는 주저 없이 “지금 민주당 세력으로는 도저히 안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었다. 그것도 ‘도저히’라는 말에 아주 힘을 실어서. 현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과 무능 문제를 들었지만 그 못지않게 여권에 대한 서운함이 적지 않았을 테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한테 대선 후보 자리를 양보해줬는데도 열심히 안 도왔다는 낙인을 찍고,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자리에 올랐지만 친문 세력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탈당하게 된 것에 대한 원망이 여전히 많이 남은 듯 싶었다.

안 후보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세력과는 같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이후 진보의 터줏대감 격인 박원순 서울시장한테 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문 대통령과의 단일화, 현 여권과의 신당 창당, 호남이 기반인 국민의당 창당 등 일련의 행보를 보면서 그의 생각은 중도에서 조금 더 왼쪽에 걸쳐져 있으리라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양식이 있다고 평가를 받아온 한나라당(새누리당) 이탈 세력과 바른미래당을 만들고,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단일화를 했을 때에도 그가 과거에 비토했던 ‘한나라당 세력’과 결합한 건 아니라고 봤다.

그런데 이번에 윤 후보와 단일화를 하고 대선 뒤에는 국민의힘과 합당을 하겠다고 한 것은 결국 한나라당 세력과 손을 잡은 것으로 비친다. 그동안 본인이 말해온, 또 행동으로 보여준 것과 상당히 모순된 선택을 한 셈이다. 게다가 본인은 물론 부인 김미경 교수까지 나서서 온 국민을 상대로 ‘철수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공개적으로 밝혔고, 최근 광주에 가선 과거 보수 세력과 바른미래당을 만든 것에 대해 사과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새로운 정치의 상징으로도 볼 수 있는 그를 향해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일 테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안철수 정치’는 그런 이율배반을 극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안 후보는 이번에 단일화 명분으로 ‘미래 정부’ ‘개혁 정부’ ‘실용 정부’ ‘통합 정부’를 만들어가겠다는 걸 내세웠다. 미래·개혁·실용·통합은 말이야 다 좋지만 과연 윤·안 후보가 그런 걸 이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선거 뒤 국민의당을 흡수 통합할 국민의힘은 여전히 과거지향적이고 퇴보적이며 실용이나 통합이 아닌 기득권 이익과 편가르기 정치에 익숙한 것처럼 보일 때가 적지 않다. 윤 후보의 선거운동에서도 그런 게 자주 시빗거리가 되곤 했다.

만약 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안 후보는 정권 인수와 내각 구성, 합당 이후의 지도부 구성, 6월 지방선거 공천 등에 있어서도 미래·개혁·실용·통합의 원칙들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런 약속을 지켜낼 수 있는 뚝심과 정치적 역량을 가졌는지에 따라 국민은 정치인 안철수를 재평가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정권교체의 불쏘시개로만 쓰이고 국민한테 한 약속을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국민이 안 후보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국회의원 3명밖에 거느리지 못한 안 후보가 과연 노회하고 거대한 국민의힘 세력을 이겨낼 수 있을까. ‘착한 정치인’(김미경 교수 표현)이 당대표를 비롯해 거칠기 짝이 없는 이들을 견뎌낼 수 있을까. 민주당의 호남 기득권 세력은 비교도 할 수 없는 영남의 토착 기득권 세력을 물리칠 수 있을까. 개혁이라 하면 히스테리컬한 반응부터 일으키는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아무리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걱정이 앞선다. 안 후보가 정치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험대에 올랐다.

손병호 편집국 부국장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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