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깨진 땅에… 희망은 기도

전쟁 참화 속 피어난 기도 물결

정광섭 정사라 선교사 부부가 구호 사역을 펼치고 있는 우크라이나 우즈호로드 지역 내 대피소에서 피란민들이 모여 찬양하는 모습. 정사라 선교사 제공

“폭풍 가운데 나의 영혼 잠잠하게 주를 보리라.”(‘주 품에 품으소서’ 중)

정사라(61) 우크라이나 선교사가 15일 카카오톡으로 보내 준 39초짜리 영상을 재생하자 두 손을 든 채 찬양을 부르다 눈물을 훔치는 피란민의 뒷모습이 보였다. 15명 남짓 들어갈 만한 작은 공간에서는 한국인 찬양 리더의 인도에 따라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찬양을 불렀다.

정 선교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16일 사역지인 키이우(키예프)를 떠나 우즈호로드에서 피란민을 위한 처소를 마련하고 구호 사역을 펼치고 있다”며 “매일 저녁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는 시간이 전쟁으로 상처 입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키이우에서 남서쪽으로 800㎞ 떨어진 우즈호로드는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국경에 인접한 작은 도시다. 지난달 러시아의 침공이 본격화된 이후 이 도시는 국경을 넘기 위해 전역에서 몰려든 피란민, 군 병력, 민병대를 지원하기 위해 화염병을 만드는 여성들로 가득하다.

정 선교사는 “식사를 마친 난민들이 모여 찬양하고 전쟁 종식을 위해 간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완전하신 나의 하나님’ 등 한국 성도들에게도 익숙한 찬양이 우크라이나어로 불릴 때마다 뭉클하다”고 덧붙였다.

6·25전쟁 당시 부산 초량교회 구국기도회에 참석한 목회자와 성도들의 모습. 초량교회 제공

72년 전 전쟁의 화마가 덮친 한반도에도 이 같은 모습이 펼쳐졌다. 6·25전쟁 발발 후 40여일 만에 낙동강 이남 몇몇 지역을 제외한 남한 전 지역이 북한 공산군에 의해 점령당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당시 부산 초량교회에 머물던 피란민들은 교회 앞마당에 모여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흘렸다.

정진섭(98·연평필승교회 원로) 장로는 희미해진 기억만큼 가느다란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두려움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래도 하나님밖에 의지할 게 없었지요. 새벽이고 낮이고 밤이고 매 끼니 주먹밥 하나로 버티면서도 기도를 쉬지 않았어요.”

정 장로의 아들이자 초량교회 역사위원장인 정충권(65) 장로는 “당시 한상동 박형룡 목사님이 구국기도회를 인도하며 신사참배, 교회의 교권다툼 등을 놓고 회개 기도를 하셨는데 성도들이 동참하면서 눈물바다가 됐다”고 설명했다. 성도들의 절절한 기도는 당초 예정했던 일주일을 넘겨 2주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기도회 마지막날이었던 9월 15일, 부산 전역에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알리는 호외가 뿌려졌다. 정 장로는 “하나님은 살아계신다. 이 땅에 허락하신 기적처럼 눈물로 기도하는 우크라이나 성도들에게도 희망을 부어주실 것”이라고 응원을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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