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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 죽었어요… 우크라 아이들, 트라우마 심각

지속적인 치료 받아야 하지만 대피소·난민시설서 공포의 나날

폴란드 남동부 국경도시 프셰미실역에 15일(현지시간) 도착한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곰 인형을 꼭 안은 채 걱정 섞인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 침공 이후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잃은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들은 실어증, 발작 등 심각한 외상 증상을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결국 전쟁으로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아무런 죄가 없는 어린이였다.”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이들이 전쟁으로 인해 실어증, 발작 등 심각한 외상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간) 폴란드 국경 인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지역 의사들의 말을 인용해 “전쟁으로 인해 실향한 우크라이나 난민 어린이들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많은 아이들이 말을 멈췄고 발작을 하거나 마비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전쟁으로 학교, 장난감, 게임을 포기해야 했다. 그들은 집을 떠나 대피소, 지하실, 난민 시설로 이동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친구들이 죽기도 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침공 후 우크라이나를 떠난 난민은 300만명이 넘고 이 중 140만명 이상이 어린이였다. 제임스 엘더 유니세프 대변인은 “지난 20일 동안 하루 평균 7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난민이 됐다”며 “이는 분당 약 55명, 초당 1명의 어린이가 난민이 됐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르비우 의사들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재도 아이들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18~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하는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이들은 특히 10대가 겪는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심리학자 빅터 발란딘 박사는 “3세 이하 어린 아이들의 정신 건강 상태는 부모, 대개 어머니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어머니가 정서적으로 안정되면 자녀도 안정된다”며 “그러나 10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10대는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다”며 “때문에 그들의 삶에 너무 많은 변화가 있다는 걸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르비우 기차역에는 우크라이나 군 당국의 요청으로 심리 지원 센터가 설치돼 있다. 르비우에 위치한 프랑코 박물관은 매일 약 1000명의 어린이에게 미술·음악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의 서점을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으로 제공한 카트리나 서코레브스카는 “아이들이 전쟁의 현실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며 “탱크, 폭탄이 주로 보이지만 아이들의 그림엔 희망도, 평화도, 승리에 대한 소망도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노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현지 의사들은 아이들 치료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아이들을 진단할 시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의사는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며 “그들의 가족은 매일 기숙사를 바꿔야 하며 아이들은 도보, 기차, 자동차 및 버스로 장거리 이동을 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특정 국경 지역에 도착하더라도 폭력, 성 착취, 인신매매 같은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며 “안전과 보호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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