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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이재명 역할론… 언제 돌아올까

역대 대선 재수생들의 복귀 역사
YS·DJ·朴·文 공통점은… 실패 후 당권 잡고 대권 쟁취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6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3·9 대선에서 0.73% 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뒤 벌써부터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 이 전 지사의 ‘6·1 지방선거’ 역할론부터 ‘당권 도전’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기대의 배경에는 역대 대선에서 패배했던 후보들이 결국 대통령이 됐던 성공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987년 직선제 이후 김영삼(YS)·김대중(DJ)·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 대선 본선이나 경선에서 눈물을 삼켰던 경험이 있다. 문 대통령과 YS는 재수 끝에 대권을 차지했고, DJ는 무려 4수 끝에 대통령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상처가 있다.

한 번의 실패를 겪은 이 전 지사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전 지사는 역대 최소 득표수 차이로 패배했고, 여론조사 때 벌어진 격차를 크게 좁히며 막판 선전했다.

이 전 지사는 대선 다음 날이었던 지난 10일 새벽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패배 승복 연설을 했다. 그러나 이번 패전은 부동산 실패와 내로남불 논란 등 문재인정부의 잘못 때문이라는 주장도 거세다.

민주당에서는 이 전 지사가 전면에 나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연일 “이 전 지사를 비대위원장에 추대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그의 즉각 복귀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전 지사는 민주당의 가장 큰 무기이기에 불쏘시개로 쓰면 안 된다”는 기류도 강하다.

시점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 이 전 지사가 민주당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도 지난 2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 전 지사의 6·1 지방선거 역할론에 대해 “당연하다. 본인도 의지가 있다”며 “선거 승리에 기여할 방안을 찾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 측에서는 그의 복귀 시점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향후 복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이 전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결국 당으로 돌아와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냐”며 “다만 복귀 시점에 따라 그 효과가 천차만별인 만큼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 최근 행보도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그는 최근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과의 통화에서 대선 패배로 지지자들과 의원들 간 갈등이 생기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휴식기를 장기간 가져갔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역대 ‘대선 패배자’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선에서 진 뒤 일정 기간 휴식기를 가진 이후 당대표 등으로 복귀한 뒤 대권을 쟁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53%의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이후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잠행을 이어갔다. 그는 약 3년 뒤인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대표로 선출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자 대권 주자로 발돋움했고, 2017년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도 비슷하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 의원직을 유지한 채 공개 활동을 최대한 자제했다. 그는 2008년 4월 총선에서는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바깥으로 나가지 않으며 당의 지원 유세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이명박정부 말기인 201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당이 위기에 빠지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복귀했다.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은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빨간색으로 변경하는 등 혁신작업을 주도했다. 이후 2012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같은 해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YS도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 의원직을 유지하며 본격 등판 시점을 고민했다. 통일민주당을 이끌던 그는 1990년 민주정의당·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통해 거대 여당 민주자유당을 만들었다. YS는 그 기세를 이어가면서 1992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물리쳤다.

DJ는 YS에게 패하자 1992년 12월 의원직을 사퇴하며 정치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2년7개월 만인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로 정계 복귀를 선언한 후 1997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7대 대선, 13대 대선, 14대 대선에서 계속 낙선을 거듭해왔던 그는 김종필 전 총리와 ‘DJP 연합’을 통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으며 네 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전 지사와 역대 대선에서 승리했던 ‘대선 패배자’ 출신 대통령과의 차이점은 의원직 유무의 차이에 있다. 문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YS 모두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재기에 성공했다. 이 전 지사의 경우 성남지사와 경기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을 역임했으나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 정치인’이다. 2024년 열리는 22대 총선도 아직 2년가량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역대 다른 대통령들과는 달리 복귀 시점을 빨리 잡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가 “저는 정치를 끝내기에는 아직 젊다”고 줄곧 언급했던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민주당 내 경쟁자도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 점도 그에게 호재다.

이에 따라 이 전 지사가 민주당을 더욱 장악하기 위해 빠른 복귀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전 지사가 문 대통령이 2017년 대선을 준비하며 밟았던 ‘선(先)당권, 후(後)대권’ 코스를 택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전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전 지사가 조속히 당으로 돌아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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