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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집값 따라 임대차 3법 차등 적용해야

김진유 (도시·교통공학과 경기대 교수)


도입 초부터 논란이 많았던 ‘임대차 3법’이 다시 뜨거운 감자다. 축소·폐지하겠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방침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가 거세다. 서로 주장은 상반되지만 모두 나름의 논리가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상한제가 전월세 공급을 감소시키고, 결과적으로 임대료 상승과 함께 서민 주거안정에 악영향을 줬다고 판단한다. 반면 유지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유동성 증가로 인한 임대료 상승 국면에서 서민 주거안정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지금 중요한 것은 소모적 논쟁보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다. 자칫 성급하게 제도를 변경하면 어렵사리 적응해가고 있는 시장에 지나친 충격을 줄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한다. 따라서 축소 또는 폐지하더라도 세심한 검토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적용대상에 대한 적절성 여부다. 임대료와 상관없이 모든 전월세 계약에 적용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자가에 거주하는 가구는 재산세를 포함해 다양한 경제적 부담을 진다. 그러나 같은 가격의 전세에 사는 임차인은 세금 부담이 없다. 그럼에도 서민 임차인과 똑같이 보호할 필요가 있을까. 일정 기준 이하의 임대주택에 한해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계층을 중심으로 보호막을 형성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면 매물과 거래가 증가하면서 공급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의 지속가능성도 간과해선 안 되는 중요한 문제다. 당장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사용한 임차인들이 신규계약을 해야 한다. 최근의 임대료 급등 상황을 볼 때 그들이 신규계약 시 직면하는 전월세 시세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수도 있다. 만약 앞으로도 임차인들이 4년마다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임대차 3법은 조삼모사에 불과한 가짜정책(Fake Policy)으로 취급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에 처한 임차인들에게 대출지원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률 등과 연동해 임대료 인상률을 현실화하고, 이를 지키는 임대인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 결국 임대인과 임차인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급을 위축시키지 않는 제도 운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오해는 ‘주택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가구수나 인구수,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주택의 절대량은 아직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같은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더라도 그렇다. 20%에 이르는 노후주택 비율과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을 고려한다면 소위 적정주택의 부족은 심각하다. 그러므로 민간이 전월세 주택 공급에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 주택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임대인의 투자가 이뤄졌다면 인상률 상한과는 별도로 임대료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업자들이 임대주택에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질 좋은 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될 것이다.

어느 제도나 그 목적은 선하다. 그러나 과학적인 분석과 충분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성급히 추진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임대차 3법의 전격적인 시행은 그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미 시행돼 2년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이를 일시에 되돌리게 되면 또다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한 번 실수할 수는 있지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서로에 대한 비난이나 유리한 논리만 앞세우기보다 국민의 주거복지를 중심에 두고 최선의 대안을 함께 고민할 때다.

김진유 (도시·교통공학과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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