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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동 칼럼] 윤석열, 문재인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정의를 독점한 촛불 정부 오만
독단적 국정운영으로 이어져
결국 성공한 정권과 거리 멀어

상식과 공정 앞세운 신 권력
약속 저버리고 현 정부 닮아
이래선 통합과 협치 기대난망

국정 방향성을 상징하는 조각
실패하면 국정운영 어려워져
깊이 고민하되 빨리 결론내야

앞으로 딱 3주 후면 윤석열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기대의 목소리가 있지만 우려의 시선도 만만찮다. 윤석열정부로부터 느껴지는 문재인정부의 기시감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불통과 독선, 일방통행, 내로남불은 문재인정부를 향한 비판의 키워드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을 닮아간다고 했던가. 윤석열정부에서 유사한 느낌이 전해진다. 세간엔 “문재인정부 5년을 반면교사 삼으면 된다”고 했는데 되레 비슷해지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들린다. 심지어 내로남불 조짐도 보인다.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와 달라야 한다’는 건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고, 그 약속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었는가. 자칫했다간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적폐 청산을 앞세운 촛불 정부의 출발은 요란하고 거칠었다. 이견이나 반론은 사실상 허용되지 않았다. 어쩌면 그때부터 잘못된 길에 들어선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문재인정부를 성공하지 못한 정권 또는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한다면 ‘조국 사태’를 뺄 수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씨 그리고 그 자녀들을 둘러싼 의혹의 상당 부분은 사법적 판단이 끝났지만 문재인정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국민은 조국 사태에서 진보 권력의 민낯을 생생히 봤다. 증거인멸을 증거보전이라며 궤변으로 둘러댔고, ‘조국 수호’를 외쳤다. 상식의 배반이자 내로남불의 전형이었다. 그럼에도 보수의 궤멸을 공공연히 말했고, 정의를 독점했다. 민주적 통제라는 미명으로 또는 의회 권력을 앞세워 힘의 정치를 하지 않았던가. 그 후유증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문재인정부가 끝나간다. 천년만년 누릴 것 같은 권력이지만 긴 역사에서 5년은 그저 한 점에 불과하다. 절대자가 아닌 다음에야 대통령이라고 완벽할 순 없다. 아무리 선출된 권력이라고 해도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하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어찌 회한과 반성이 없겠는가마는 국민 눈에 비친 문재인정부 5년은 독선과 불통의 시간이었다. (장관 지명과 관련해) “조중동이 반대하니 괜찮은 인물”이라는 지지자들의 허접스러운 논리는 팬덤 정치의 위험성을 노출했고, 조국 사태 앞에서 휘청거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촛불에서 나온 권력은 무소불위였으니 그 누구도 감히 제동을 걸지 못했다. 끝내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했고, 결국 권력을 넘겨야만 했다. 그 결과는 국민 모두가 아는 바 그대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조국 사태는 문재인정부 불행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지금부턴 윤 당선인의 시간이다. 당선인은 지난 14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을 끝으로 내각 인선을 완료했다. 하지만 인사가 만사라는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아빠 찬스’ 의혹은 조국 사태를 닮았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그가 윤 당선인 친구라는 것까진 좋다. 장관으로서 충분한 자질과 인품이 있는데 단지 친구라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상식에도 어긋나고 비합리적이다. 정 후보자는 불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선인도 “부정의 팩트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과연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어떤 사람을 장관으로 발탁할지는 전적으로 당선인의 권한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각은 좁게 말하면 새 정부의 얼굴이고, 넓게 말하면 나라의 얼굴이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지향점을 상징하는 동시에 국가의 품격과도 맞닿아 있다. 인사의 실패는 국가의 실패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주어졌다고 해도 마음대로 행사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 또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 아닌가. 또 법적 흠결이 없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흠결이 없다고 말할 순 없다. 정치 과잉도 문제지만 정치적 고려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도 위험하다.

제기된 의혹만으로 정 후보자가 자녀의 의대 편입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정 후보자 자녀는 의혹 제기 단계로, 사법적 절차까지 끝난 조국 전 장관 딸 문제와는 다르다. 하지만 공정과 상식의 가치 기준으로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정부=조국 사태’로 규정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역사란 덜컹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낙관론을 위안으로 삼기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중차대하다. 당선인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다만 결단은 빨라야 한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박현동 편집인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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