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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검찰 수사권 없앤다고 국민이 행복해지는가

조종태 광주고검장


지난 22일 모두를 놀라게 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났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입법을 밀어붙이던 세력과 이를 막기 위해 극한의 대립을 보이던 세력이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 중재안에 덜컥 합의를 한 것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보는 여야 합의에 대한 국민 시선은 곱지 않다. 많은 사람이 졸속, 야합, 공포와 광기의 결합이라고 지탄한다.

‘검수완박’ 법안의 입법 속도가 실로 놀랍다. 달리는 기관차라도 이토록 빠를까 싶다. 70년 이상 지속해온 형사사법 시스템을 바꾸겠다면서 정해놓은 시한이 겨우 2주다. 그 시한 내에 무조건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발상도 놀라웠지만 그 발상이 현실화되는 것을 보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위장 탈당’이라는 상상도 못 할 일을 구현할 때는 이 나라가 대체 어느 시대에 있는가 싶었다.

그런데 그토록 밀어붙이는 법안은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민생 법안이 아니다. 단지 검찰 수사권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국회가 절차를 생략하고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이다지도 빠르게 입법을 추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검찰 수사권만 없어지면 대한민국이 좋아지는가? 국민이 행복해지는가?

졸속 처리는 안 된다는 국민 요구를 외면하면서까지 4월 내에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고 외치는 이유가 ‘국가형벌권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란다.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 실질은 검사의 수사권을 경찰 등 다른 기관에 넘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법안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검사가 하는 수사는 나쁘거나 불필요하거나 국민에게 해롭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수사’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검사’에 의한 수사만 문제 삼고 있는 걸 보면 그렇게 짐작이 된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는 국민에게 해롭고,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는 국민에게 이로운가? 다른 기관들의 수사는 검찰보다 더 객관적이고 더 공정한가?

검찰 수사권이 정치권으로부터 제거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통계적으로나 학문적으로 검찰 수사가 더 불공정했다는 분석을 통해 나온 결론은 아닐 것이다. 애초부터 불공정하게 설계된 국가기관은 없다. 100%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도 불가능하다. 그동안 서민과 관련된 민생 사건은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고 검찰이 이를 보완해 처리해 왔다. 당연히 서민들은 검찰 직접 수사의 대상이 아니다. 검찰의 수사는 주로 정치인이나 대기업 등 권력이나 자본을 가진 사람에 집중해 왔다. 바로 이 부분이다. 정치권이 원하지 않는 수사, 다른 수사기관이 현실적으로 하지 못하는 수사를 검찰이 해 왔던 것, 그것이 수사권 제거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동안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고, 어느 한쪽을 편든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일정 부분 그런 점이 있을 것이다. 잘못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고 보충해 잘하도록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해결 방안이고, 그것이 제대로 된 개혁이다.

검찰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부정부패를 줄이는데, 범죄자를 처벌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수사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피의자와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대한 검찰 기여는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권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가 도입되고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다. 최근에는 검찰이 국회의 통제도 받고, 국회 특위에서 제시하는 방안에 따르겠다고도 했다. 조금만 손보면 고쳐 쓸 수 있는 것을 아예 부숴버리고 폐지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이건 그냥 정치권이 검찰을 미워해서, 두려워해서 그런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을 위하는 국회가 추진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 법안에 국민이 있는가?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면 행복해지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조종태 광주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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