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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배보다 큰 배꼽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해외여행이 활기를 띠고 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의 해외여행 상품 판매량과 관련 문의 폭증,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의 긴 대기줄, 여행자보험 가입 급증 등이 이를 대변해 준다. 지난 3월 입국자 격리 면제에 이어 지난달 14일 특별여행주의보 해제,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의 영향이 크다.

여행지의 거리와 비용에 상관없이 떠나겠다는 이들도 많다. 한국인의 인기 여행지는 미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터키, 독일, 영국, 괌, 베트남 순이다. 상위 10개국 중 8개국이 10시간 이상의 비행이 필요한 장거리 여행지다. 지난달 현대홈쇼핑에서 판매된 북유럽여행(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등) 10일 패키지 상품은 600만원대의 고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방송 70분 만에 주문 1600건이 몰리면서 약 2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동남아 각국은 앞다퉈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입국 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폐지하고 있다. 입국 당일 PCR 검사는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관광업계 등이 줄기차게 폐지를 요구해온 결과다. 영국과 몽골, 독일, 인도네시아, 프랑스, 캄보디아, 캐나다, 호주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인들이 이들 나라에 나갈 땐 자유롭다.

하지만 국내로 들어올 때는 걸림돌이 여전하다. 대표적인 것이 PCR 검사다. 방역당국은 거리두기는 해제했지만 해외 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를 유지하고 있다. PCR 검사의 경우 정확도가 높아 해외 신종 변이나 재조합 변이 등 해외에서 유입될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고 변이의 유전자 분석을 위해서도 당분간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해외여행을 다녀올 경우 출국 전 1회, 입국 전 1회 등 최소 2회의 PCR 검사를 실시한다. 국내 입국 48시간 전 해외 현지에서 PCR 검사를 받고, 비행기를 탈 때 항공사에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입국 뒤에도 보건소에서 입국 1일차와 7일차에 또 PCR 검사와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1차적인 부담은 시간과 비용이다. 여행 중 검사를 위해 시간을 내서 병원에 가야 하고, PCR 검사를 받으려면 지역에 따라 1인당 7만~25만원가량 든다. 4인 가족이 해외여행을 한다면 입국 직전 PCR 검사에만 많게는 100만원 가까운 돈이 지출돼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이에 자국민에 대한 귀국 전 검사를 신속항원검사로 대체해 달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지난달 25일 질병관리청에 해외에서 입국한 내국인의 PCR 검사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세계 주요국의 입국절차 간소화 움직임과 달리 우리나라는 입국 시 PCR 검사 음성확인서 제출이 의무화돼 여행 수요 확대에 제약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당분간 PCR 검사 후 입국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비용보다 더 큰 문제는 귀국 전 PCR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을 때다. 해당 국가에서 격리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추가 숙식비나 항공권 변경 수수료 등 자비로 해결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여행사들은 고육책을 내놨다. 여행사가 해외 PCR 검사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은 물론 코로나 확진 시 체류비를 부담하는 상품도 출시하고 있다.

귀국 전 PCR 검사는 외국에서 돈과 시간을 쓰게 만든다. 우리 국민에 대해서는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인정하거나 적어도 외국 현지가 아닌 우리나라 공항 입국장에서 검사받게 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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