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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합형 소프트파워를 위한 공공외교

백우열(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


2020년대 들어서 세계 주요국들은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를 국가안보의 핵심 분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의 핵심적인 산업제조국가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가치 사슬과 공급망의 부분적 균열 및 붕괴 현상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미국과 중국의 경쟁 본격화 그리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은 소위 냉전 이후 탈세계화 시대의 여러 정치적 균열선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정치경제적 현상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가치 판단을 하게 되면서 이제 세계 주요국들이 경제안보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경제안보는 매우 모호한 개념이다. 요즘 여러 곳에서 남용되는 경제 책략은 그 일부일 뿐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형태의 경제안보는 그 자체로 위험하기도 하다. 여러 정치적 목적을 위해 모든 경제적 요소의 위험, 위협, 두려움의 대상을 정치화·안보화해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경제안보는 대략 ‘어떻게 국가가 경제 전반의 구조와 운영을 통해 영토를 보전하고, 시민의 상품과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며, 정치이데올로기적 독립을 보존하고, 타국의 군사적 공격 위협으로부터 자유를 달성하는가’로 개념화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설정한 3대 외교, 즉 정무·경제·공공외교 전반에 걸친다. 확장적 경제안보가 현재 한국과 같은 중견 선진국 외교 전략의 전 영역에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특히 여기에 혁신과학기술의 정치가 개입되면서 한 국가의 소프트파워 근간인 국가 역량과 결합된 브랜드 그리고 이들에 대한 타국의 인식을 다루는 공공외교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경제안보의 영향력은 하드파워는 물론이고 소프트파워 영역에도 직접적으로 미친다. 경제안보는 각 국가 간의 연결성과 상호 의존성에 기반한 경제적 효율성과 부가가치 증가 등을 토대로 한다. 이에 더해지는 것이 이러한 복잡다단한 상호 작용에 대한 각국 엘리트와 일반 시민들의 인식과 시각이다. 세계는 초연결(hyper-connectivity)돼 있으며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확산·반응되는 혁신과학기술에 기반한다. 한 국가의 특정한 사안에 대한 세계 각 지역, 국가, 사람의 실시간 인식과 반응은 실제 물리적 힘이 작용하는 군사안보 그리고 경제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는 비참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둘러싼 혁신과학기술, 세계인의 가치 판단, 러시아와 타국가들의 국가 이미지 변화, 경제안보 정책의 변화가 그 생생한 증거이다.

세계의 역량 있는 주요국들은 소프트파워 강화를 외교 전략의 주요 요소로 간주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공공외교를 강화해왔다. 현재 주요국의 정책 결정 엘리트 그리고 여론 주도 시민은 한국을 반도체, 배터리, 디지털 분야의 첨단기술(K-Technology) 산업국과 세계 보편적 수준에 다다른 매력적인 대중문화(K-Culture) 생산국이란 두 축을 중심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소프트파워는 지난 10년간 급속도로 상승해 이제 중견 선진국으로서 서유럽 주요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이 됐다.

두 축 중 첨단기술 산업국의 국가 브랜드는 경제안보와 직결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공공외교 영역의 소프트파워와 경제안보 영역의 하드파워를 첨단과학기술 매개로 적극 결합할 필요가 있다. 달리 말해 이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영역이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또 하나의 통합 또는 수렴이다. 2020년대를 관통하는 한국 외교 전략 수립을 책임진 신정부가 통합형 소프트파워를 중심으로 한 복합 외교 전략 기제인 공공외교에 주목해야 하는 순간이다.

백우열(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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