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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장·기업 주도 정책으로 복합위기 극복을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훼손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여서 글로벌 경제의 한파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양상이다. 원자재 가격 고공 행진으로 물가는 급등하고 있으며, 금융시장에서는 환율과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치솟고, 증시는 급락하고 있다. 실물경제도 좋지 않다. 무역수지는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국내외 기관들은 일제히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순환변동치도 작년 7월부터 9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미 소매 판매, 설비 투자, 생산 등의 지표들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 경제가 ‘복합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정부는 이러한 복합경제위기를 어떻게 돌파해나갈 수 있을까. 경기 침체(Stagnation)와 고물가(Inflation)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거시정책의 정교한 조합이 요구된다. 재정정책은 국가채무 급증과 물가가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확장적 운용을 지양하는 대신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한정된 재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해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재정 지출의 효율성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은 민간의 부채 수준이 높아 금융 방어력이 취약한 상태이고 국내 실물경기도 부진한 만큼 글로벌 금리 동향을 주시하면서 인상 속도를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글로벌 금리 인상기에 지금과 같이 원화 가치 하락세가 지속되면 외국인 자금 유출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무역수지 흑자 등 국내로의 달러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외부 리스크에 대한 면역력 확보 노력도 긴요하다. 면역력이 약하면 위기가 찾아올 때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이유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면역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그것은 시장·기업 주도 패러다임 확립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과 기술 혁신 촉진이다. 이는 경제의 총공급 능력을 신장시켜 지금과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가 직면한 만성적 저성장 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과제라 할 것이다. 특히 위기 상황이 경제의 수요 측 요인뿐만 아니라 공급 측 요인에 기인한 부분이 많음을 감안하면 이 같은 처방은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시장·기업 주도 성장 패러다임이 올바르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는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현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원칙 금지, 예외 허용)를 네거티브(원칙 허용, 예외 금지)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기업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후진적 노동시장도 개혁해야 한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산업 현장의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법인세 부담도 경감할 필요가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법인세 의존도(전체 세수 대비 법인세수 비중)는 1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4위에 해당할 만큼 기업 부담이 크다. 지나친 세 부담이 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게 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반기업 정서를 해소해야 한다. 기업은 국격을 높이고 법인세와 일자리를 담당하는 핵심 경제주체임을 국민에게 알리는 한편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법령은 정비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 성장의 역사는 항상 위기 극복의 역사이기도 했다. 현재 우리가 맞이한 상황 역시 위기임은 분명하지만 오히려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다시 한번 새롭게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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