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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국립어린이청소년극장 필요하다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올해는 1922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선포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방 선생은 1923년 한국 최초의 순수 아동 잡지 ‘어린이’를 창간하고 동요·동화·동극(童劇·어린이극) 등을 실었다. 어린이 창간호에서 방 선생이 선보인 동극 ‘토끼의 재판’ ‘노래 주머니’ 등은 한국 어린이청소년극의 출발점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100년이란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국립어린이청소년극장(극단)이 아직도 없다.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선진국은 이미 국가가 나서서 어린이청소년연극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자체마다 어린이청소년극단이 있는 것과 비교된다. 한국의 경우 오랫동안 공연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어린이청소년극을 성인극의 부수적 존재로 여긴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청소년극은 가족이나 친구 문제로 방황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그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마저 대학 입시에 쫓긴 청소년들이 극장에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드물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청소년극보다는 수요가 있는 어린이극의 경우 나이대에 따른 섬세한 접근 없이 미취학 또는 저학년 어린이용의 흥미 위주 공연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어린이·청소년이 교육과 훈육, 보호의 대상만이 아니라 어엿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공연계에서도 소재와 완성도는 물론 사회적·철학적 시선을 담은 어린이청소년극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커졌다. 자연스럽게 어린이청소년 공연예술의 고유성을 고려한 독립적 정책을 토대로 국가적 차원의 어린이청소년극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어린이책, 어린이서점,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시민적 열망이 커지면서 2006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개관한 것은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지만 더 진전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2010년 국립극단이 국립극장 전속단체에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면서 전환점이 마련됐다.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창단을 목표로 2011년 국립극단 부설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연구소는 국내에 유난히 부족한 청소년극에 집중해 다수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등 성과를 냈지만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창단 목표를 달성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최근 어린이청소년극계가 국립어린이청소년극장 개관을 목표로 다시 한번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국립극단 사무국, 공연장, 연습시설로 활용 중인 서울 서계동 일대 부지 7904.5㎡를 여러 공연장과 예술인의 주거 공간이 포함된 문화예술 벨트로 조성하는 것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말 1244억원 규모 ‘서계동 복합문화시설 조성 임대형 민자사업 민간투자대상사업(BTL) 지정 및 시설사업기본계획 고시’를 낸 후 25~26일 공연계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의견 수렴에 나선 상태다. 현재 개발 계획에 따르면 공연장은 대공연장(1200석), 중공연장(500석), 소공연장 3개(300·200·100석)가 들어선다. 2023년 7월 착공돼 2026년 12월 완공된다.

어린이청소년극계는 지난달 21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우리에게 왜 국립어린이청소년극장이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포럼을 열고 새로 개발되는 문화예술 벨트에 국립어린이청소년극장이 포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소공연장 2개를 국립어린이청소년극장으로 조성해 어린이청소년극의 다양한 창작 주체 및 공연 단체의 플랫폼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서계동 복합문화시설 조성은 BTL 방식을 놓고 연극계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앞으로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만 문체부는 어린이청소년극계의 정당한 요청을 무시해선 안 된다.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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