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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육감 선거 제도 이대로 둘 것인가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 교수


6·1 교육감 선거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됐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으니 후보들은 투표에 관심을 가질 집단을 타깃으로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언론들은 공약 보도나 후보 토론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후보들의 갈등이나 단일화 등 자극적 보도를 통한 관심 끌기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관심이 더 멀어져 기호가 표시된 시·도지사의 2.6배에 달하는 무효표가 나왔다. 직선제의 폐해가 부각되자 교육감 선거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여야의 관점이 크게 달라 이루기 어렵고, 대안적 제도 또한 많은 문제를 가져올 수밖에 없어 보완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우선 교육감 출마 규정부터 손볼 필요가 있다. 교육감은 고등교육이 아닌 유·초·중등 교육을 책임질 수장인데 현직 교원의 출마는 막아놨다. 교수와 달리 유·초·중등 학교 교원은 사표를 내야만 출마할 수 있다. 이런 제도적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정당 가입 연령인 16세 혹은 그 이하로 교육감 선거연령을 낮추는 것이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12세가 넘으면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다. 교육감 선거 투표 연령을 14세로 낮추면 실보다 득이 클 것이다. 교육감 후보들은 학생과 교육계의 검토를 받아 더욱 합리적인 공약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중·고교생이 공약을 직접 개발해보고, 후보 공약들의 타당성을 판단토록 하는 일은 시민의식 함양 및 정치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 역시 완화할 수 있다.

살아있는 시민교육은 유능한 인재가 젊은 시절에 정치에 입문하도록 유도한다. 대한민국 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는 데에도 필요한 일이다. 학교가 정치의 장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으나 이 때문에 선거연령을 18세로 유지하는 건 ‘구더기 두려워 장 못 담그는 것’이다.

러닝메이트제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당의 정치철학이 교육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 교육감 후보들이 당에 충성 경쟁하는 점 등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를 막을 대안이 함께 제시돼야 할 것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감은 의사결정기관이 아닌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의 집행기관’이다. 의결권은 시·도의회가 갖고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될 때’에 교육감이 의결 사항에 대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시·도교육위원회가 지방의회로 통합돼 전문성이 떨어지고, 지방의회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 역시 제한적이어서 교육감들은 제왕적 권한을 행사해 왔다.

교육감들이 선심성 예산을 수립해도, 교육예산은 별도 배부되다 보니 다른 예산과 달리 시·도의회가 철저히 심의하기 어려웠다. 시·도지사보다 인사권이 막강해 견제 집단이 생겨나기도 어려웠다. 현행법이 정한 교육감(집행기관)과 시·도의회(의결기관)의 권한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교육부와의 관계도 정립할 필요가 있겠다.

다음 달 발족하는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기구를 시·도교육청에 설치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법적 기구가 없다 보니 교육감 선거를 도운 개인이나 집단들로 사조직 비슷한 위원회가 꾸려지고, 그 위원회가 실질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교육청마저 존재했다. 유사한 교육철학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교육정책 방향을 정하게 되면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기 쉽고 점차 기득권화될 수 있다.

‘지역교육위원회’는 교육의 안정성·신뢰성 강화에도 요긴하다. 이번 선거에서 다른 교육적 관점을 가진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돼 지역 교육이 요동칠 전망이다. 지역교육위가 존재하면 지역의 교육 안정성·신뢰성을 높이고, 교육감 견제 기능도 할 수 있다. 차제에 국회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을 통해 ‘지역교육위원회’ 설치 근거, 구성 방법 및 절차를 명시할 필요가 있겠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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