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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서울도서전, 아시아 대표 도서전으로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지난 5일 폐막된 서울국제도서전에 5일간 10만명이 다녀갔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올해 도서전은 걱정도 많았다. 거리두기가 풀리긴 했지만 인파가 몰리는 대형 오프라인 행사에 사람들이 과연 나올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사장 규모도 코로나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입구에는 평일에도 긴 줄이 섰고, 행사장 내부는 사람에 부딪히지 않고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다. 현장에서 책을 싸게 파는 것도 아니었고, 1만원짜리 티켓을 사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 출판사 대표의 말대로 온라인으로 책을 사는 시대라고 해도 직접 책을 만져보고 새 책을 구경하고 작가들을 만나는 경험은 대체될 수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4일 토요일 오후는 이번 도서전의 절정이라고 할 만했다. 강연장에서는 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이 마이크를 잡고 있고, 문학동네 부스에선 ‘작별인사’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 중인 김영하가 사인을 하고 있었다. 또 동아시아 부스에선 크롭티를 입은 천선란, 마음산책 부스에서는 주요 문학상을 휩쓴 최은영이 독자를 만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스타 총출동. 좋아하는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도서전이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은 1954년에 시작됐다. 국내에서 이렇게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큰 문화 이벤트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 년 내내 행사가 열리는 코엑스에서도 도서전만큼 인파가 몰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토요일 한나절 도서전의 열기를 느끼면서 도서전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서전은 오래된 문화고 매번 고만고만하다는 느낌이다. 새로움의 기대를 불러일으키진 않는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정체된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문화고 강력한 문화라는 건 분명하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젊은이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핫플레이스로 만드는 것처럼 서울국제도서전도 리모델링을 할 순 없을까.

주일우 이음출판사 대표는 국내 최고의 도서전 전문가다. 올해로 6년째 서울국제도서전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고, 해외 도서전을 수시로 드나든다. 주 대표도 “서울도서전이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서전이 국내적으로는 ‘출판’에서 ‘출판 관계’를 포괄하고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하고, 국제적으로는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독자들이 책을 보고 사는 곳만이 아니라 업자들의 저작권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 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곧 70년이 된다.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서전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변신과 도약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유럽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있듯이 아시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있다는 국제적 인식을 만들 수 있다. 중국에 베이징도서전이 있긴 하지만 아시아 대표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일본에는 국제적인 도서전이 없다.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은 서울국제도서전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출판물에 대한 아시아권 국가들의 관심도 크게 늘었다. 영화계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만들어낸 경험을 참고해도 좋겠다. 주 대표는 “한국이 앞으로 아시아쪽 거래의 중심에 갈 수 있는 포텐셜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예산과 인력 문제를 호소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올해 도서전을 찾은 후 몰려든 인파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더 많은 지원에 대한 의지도 비쳤다고 한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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