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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바보짓’이라는 대통령의 화법

강주화 종교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 전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다. 그걸 보면서 윤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과장이던 약 10년 전 그를 취재하던 때가 떠올랐다. 어떤 사안에나 거침없이 자기 의견을 직설하는 강골 검사였다. 2013년 그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발언을 한 것도 이런 성향에서 나온 것이다.

그때는 그게 장점으로 작용하는 듯 보였다. 상명하복의 검찰 조직에서 할 말은 한다는 태도에 많은 후배가 따랐고, 기자들은 수사 분위기라도 유추해볼 수 있는 그의 화법을 어떤 면에서 다행스럽게 여겼다. 그런데 대통령의 자리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말을 쏟아내고 있다. 당시 그는 검찰 조직의 구성원에 불과했다. 이제 그는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다.

한 검사가 사석에서 탈원전 정책을 가리켜 ‘바보짓’이라고 한다면 그냥 그런 생각을 가진 한 사람으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다. 검사도 공무원이지만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특정한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자유를 가지고 있다. 또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이 그 검사 앞에서 그 말을 듣고 있다가 바보라는 표현을 불쾌해하거나 항의할 가능성도 매우 작다.

대통령 발언은 다르다. 공석에서 한 대통령의 발언은 모든 국민에게 알려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의 말은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다는 강한 신념에서 나왔을 것이다. 바보짓이라 할 게 아니라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현재 시점에서 비합리적이라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바보짓이란 말은 어떤 상황에서 누가 들어도 기분이 언짢아질 수 있는 말이다.

품위를 잃은 표현인 데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태도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9년 한 조사 기관이 국민 4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비율은 40.9%였다. 보통은 35.8%였고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3.3%였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절반에 가까운 사람은 바보짓을 지지한 것이 된다.

윤 대통령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말에 매우 불쾌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이 담고 있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이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전체 발전원에서 27.4%를 차지했던 원전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수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현 정부가 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이유다. 기후 이상에 따른 폭염으로 매년 전력 수요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원전업체들이 고사 직전까지 내몰리며 원전 관련 산업계가 위기에 처한 현실을 고려해 원전 비중 재설정은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탈원전을 지지하던 국민은 여전히 걱정을 안고 있다.

원전을 불안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10년이 넘었는데도 현재 진행형이다. 원전 앞바다 물고기에서 아직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지난 40년간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그렇다면 원전 확대는 이 땅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의 짐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정책 조율자인 대통령은 어떤 정책을 버리고 새 방향을 제시할 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바보짓이라 할 게 아니다. 최근 인사 문제도 해명이나 사과 대신 ‘전 정권 장관보다 낫다’는 식의 거친 말을 뱉었다. 여론을 경청하고 정책을 조정할 대통령의 태도로 매우 우려스럽다.

강주화 종교부 차장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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