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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K방역 어벤저스’ 공공병원이 위태롭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며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됐고 그 중요성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그런데 2년 넘게 ‘K방역 어벤저스’로 활약해 온 공공병원들이 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일반 의료체계로 전환 후 지금까지 맡아왔던 감염병(거점)전담병원에서 단계적으로 지정 해제되면서부터다. 오미크론 변이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인 3월 말 400여곳에 달했던 감염병전담병원은 현재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코로나 환자 치료에 매진해 온 병원들은 일반 환자의 외래·입원 진료를 재개하며 정상화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대응으로 생긴 생채기가 깊어 단시간 내 회복이 요원해 보인다. 서울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훈장보다 상흔이 더 크다”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자조했다. 감염병전담병원 꼬리표를 갓 뗀 공공병원들이 처한 상황이 어떠한가. 직접 들어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다.

우선 정상 진료에 들어갔어도 당장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없어 일부 진료과는 개점휴업 상태다. 오랜 코로나 전담병원 운영으로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만성질환자, 취약계층 등 단골 환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인 모양이다. 게다가 코로나 병원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에 신규 환자 유치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그나마 외래와 일반 병동 운영을 최소한이라도 유지했던 공공병원들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반면 일반 환자를 완전 소개하고 코로나 환자만 받은 곳들은 사실상 새로 병원 문을 열 때와 같은 선상에서 다시 환자를 모아야 할 처지다.

더 큰 문제는 의료진 부족이다. 전담병원 지정기간 동안 공공병원 대부분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서울의 한 공공병원은 의사 20여명, 간호사 200여명이 떠났다. 특히 수술이 본업인데 코로나 환자들을 봐야 했던 외과의사들이 민간병원으로 많이 옮겨갔다고 한다.

지방 의료원의 경우 비(非)코로나 진료과 의사들의 대거 이탈로 병원 운영 자체가 어려운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료진 수급이 제대로 안 되면 환자가 늘어도 진료가 정상화될 수 없고 경영 회복에도 걸림돌이 된다. 지역의 몇몇 지방 의료원은 고사 위기라는 얘기도 들린다.

전담병원 해제와 동시에 정부의 손실보상금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 것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 정부는 그간 전담병원 운영에 따른 손실액을 잠정 산정해 ‘개산급’이라는 이름으로 매월 지급해 왔다. 손실보상금이 일반 진료 수익이 없거나 크게 줄어든 병원 입장에선 인건비 지급 등 경영 유지를 위한 돈줄이 됐던 게 사실이다.

정부는 전담병원 해제 후 회복 기간에도 손실 일부를 최대 6개월간은 추가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해제 후 첫 보상금 신청이 3개월 후에나 가능해 심사 절차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5개월 정도 지나야 지급받을 수 있다. 이런 국가 지원금 공백 상태에서 모든 지출은 공공병원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해 곳간에 쌓아둔 돈이 없는 기관들은 당장 직원 월급도 못 주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감염병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의 방역 정책을 성실히 따라온 공공병원으로선 이래저래 3중고를 헤쳐나가야 한다. 과거 단기간 진행됐던 메르스 사태 때도 경영 정상화에 수개월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로 인한 정상 회복까지는 최대 3~4년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공공병원의 당연한 역할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필요할 때 단물만 쏙 빼먹고 지금 그들이 처한 난관을 나 몰라라 한다면 추후 찾아올 감염병 위기에 누가 앞장서서 방어막이 되려 하겠는가. 적어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역량이 회복될 때까지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코로나로부터 국민 생명을 지킨 공공병원을 이제는 국민들이 응원해주고 일으켜줘야 할 때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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