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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동물 학대 관광과 동물권의 미래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세계 최대 규모 투우장인 ‘플라사 멕시코’에서 500년 전통의 투우가 퇴출됐다. 멕시코 법원이 잔인한 투우 경기의 동물 학대를 비판한 시민단체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 10일 투우 경기를 무기한 중단하라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에서도 동물 학대를 근절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동물쇼에 등장하는 돌고래, 호랑이, 원숭이 등은 ‘전시 동물’ 또는 ‘공연 동물’로 일컬어진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갇혀 살며 철저히 조련사가 허용하는 범위 내의 행동만 하게 된다. 벗어날 경우 먹이 보상 중단, 채찍질 등의 체벌이 주어진다.

국내 최초로 본격적인 동물쇼를 시작한 곳은 창경원이다. 원숭이가 자전거를 타고 코끼리 코에 사람을 얻는 광경을 돈벌이로 삼은 것이다. 이후 동물원의 동물쇼는 더 확대됐다. 1984년 창경원이 서울대공원으로 이전하며 국내 처음으로 돌고래쇼를, 2년 뒤에는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이 최초로 물개쇼를 시작했다. 동물원마다 조금씩 형태를 달리한 동물쇼들이 퍼져나갔다. 코끼리 사자 호랑이 곰이 동원됐고, 동남아시아로부터 악어쇼도 수입됐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동물쇼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제돌이 등 남방큰돌고래 일곱 마리를 야생으로 보내면서 전시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를 맞았다. 매 맞고, 걷어차이고, 열악한 처우에 요절하는 등 동물 학대가 공론화되면서 동물쇼도 줄어들었다.

최근 가치소비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여행업계도 변화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이달 초 해외여행 중 동물 학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여행상품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태국, 라오스 등에서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던 코끼리 트레킹이나 동물쇼, 우마차 등은 여행상품에서 퇴출된다. 열악한 환경의 동물쇼, 갇혀있는 동물을 만지는 체험 등 동물 학대로 인지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배제된다.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이용한 여행객들의 ‘동물을 혹사시키는 것 같아 여행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동물을 보호하고 자연을 보존하는 여행을 원한다’ 등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대신 코끼리 보호구역에서 코끼리 먹이 주기, 정글 하이킹 체험, 강에서 코끼리와 함께 물놀이 등 동물을 보호하고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개인 여행자도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동물쇼, 동물 트레킹, 동물 체험 등을 신청하지 않는 것이다. 입장객 수익에 의존하는 동물 관광은 찾지 않으면 유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야생동물과 사진 찍는 것도 피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더 나아가 ‘공정여행’에도 관심이다. 환경오염, 문명파괴 등 여행자의 즐거움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피해를 최소화하고, 현지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의 여행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동물원을 여행하며 완전히 평등한 관계를 형성할 수는 없지만 동물에게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작으나마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슬란드 후사비크의 독특한 고래 관광 상품이 관심이다. 해마다 약 10만명이 찾는 이 상품은 고래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노력에서 시작된 ‘침묵의 고래 관찰’이다. 기존 요란한 엔진을 장착한 보트 대신 참나무 어선을 개조한 조용한 전기 보트로 고래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는가 하면 고래에게 근접하거나 고래 사이를 가로지르는 등 고래를 혼란에 빠뜨리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보면 ‘동물권’의 미래가 어둡지 않아 보인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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