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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여름휴가, 지방을 생각하는 시간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지방’은 ‘기후’와 함께 우리 미래와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에 마땅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후 문제는 성장주의에, 지방 문제는 수도권 중심주의에 막혀 외면당하고 있다. 지방 문제에 대한 중요한 책들을 발표해온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에 따르면, 2040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30% 정도는 제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지방의 위기는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의 소멸은 국가의 생존과 맞물려 있다. “중앙정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지방 중소도시들은 정부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조만간 이 문제로 인해 온 나라가 골머리를 썩일 것이다.”

여름휴가는 도시 사람들이 오랜만에 지방을 만나는 시간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라서 올해도 많은 사람이 지방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후 국내 여행이 늘면서 지방의 매력을 새로 발견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방의 문제를 보는 경우는 드물다. 자연, 역사유적, 맛집, 휴양시설 등 지방의 관광자원을 경쟁적으로 소비할 뿐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우리는 다시 갑갑한 도시에 갇힌다. 인구 집중, 주거난, 높은 생활비, 교통 체증….

‘서울 등 수도권 문제’로 통칭하는 이런 문제들은 지방이 살만한 곳으로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풀리기 어렵다. 서울 집값이 대표적이다. 일찍부터 ‘서울공화국’을 비판해온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수도권 집중의 문제를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그걸 악화시키면서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의 해법을 아무리 찾아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문제는 지방 문제와 얽혀 있다. 지방을 생각하지 않고는 답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대도시 거주자들은 지방 문제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공공기관 이전, 국토균형발전, 메가시티 등을 그저 지방만의 문제로 본다. 기후위기를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것과 비슷하다.

여름휴가는 지방 문제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지방의 현실과 만나면서 수도권 중심주의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 지방과 수도권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또 지방과 수도권이 균형적으로 살아가는 사회를 상상해 보는 시간, 지방에서의 새로운 삶을 상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이라는 영역 안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지방을 여행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로컬여행’을 권한다. 관광 명소를 둘러보고 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도시의 골목 상권, 카페, 책방, 로컬숍, 갤러리 등을 찾아가 보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그 도시의 고유한 이야기, 공동체 문화, 로컬 콘텐츠가 있다. 통계가 보여주는 무기력한 지방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와 가능성을 품은 지방을 발견할 수 있다.

누구는 그 길에서 전환점을 만날 수도 있다. 그래서 자기의 두 번째 도시를 마음에 품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사는 대도시 외에 또 하나의 도시를 사랑하고 심리적으로 소속되면서 거기에서 새로운 삶을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방 문제의 핵심은 인구 감소이고, 대도시 거주자들이 지방을 살아볼 만한 곳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풀리기 어렵다. 여름휴가는 지방을 좀 더 깊이 경험하면서 대도시의 삶과는 다른 형태의 삶이 가능하다는 발견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마침 코로나 경험은 온라인으로 어디서든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알려줬다. 지난 몇 년간 로컬 바람이 불면서 지방에서 뭔가를 해볼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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