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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패권 경쟁 속,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된 지자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월 21일 경기 화성시 동진쎄미켐 발안공장에서 열린 반도체 산학협력 4대 인프라 구축 협약식 및 간담회를 마친 후 연구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1일 세제 혜택 및 인력양성, 각종 인프라 지원책 등이 담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평택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반도체 산단)에 들어가는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 구축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인허가의 신속 처리를 의무화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앞서 기업들의 ‘손톱 밑 가시’부터 빼주려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정부와 국민의힘이 인허가권을 쥔 같은 당 소속 여주시장에 발목이 잡혀 볼썽사나운 촌극을 연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20조원을 들여 용인 반도체 산단에 공장 4곳을 짓기 위해 한강이 인접한 여주에 공업용수 관로를 매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여주시는 국책사업인 만큼 주민 합의 조건으로 허가해 주기로 했고, 지난 6월 SK하이닉스와 4개 마을 대표들은 취약계층 지원 등 상생협의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6·1 지방선거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이충우 시장이 절차를 중단시켰다. 대규모 종합개발사업을 조건으로 내세웠는데 국책사업을 볼모로 한 지역 이기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자체에 끌려다니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도 한심하다. 지난 1일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정 정책협의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이창양 산업부 장관에게 “현장에 가보기는 했느냐”며 상생 방안을 닦달하고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시설 태스크포스(TF)’까지 가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TF는 2일 여주시장을 찾아가 읍소하는가 하면 인근 면사무소에서 1차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갈등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며 특별조정교부금을 여주시에 배분하는 중재안까지 마련했다고 한다. 이 안이 받아들여진다면 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빼기는커녕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에 날개까지 달아주는 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같은 당 소속 지자체장도 설득 못 하면서 관련법 개정을 위해 거대 야당과 어떻게 협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면서 정부에 호통치며 집권당 행세만 하려는 오만함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 확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6일 화상회의까지 하며 SK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반도체 투자 증액을 관철시켰다. 이틀 뒤 미 하원은 반도체 투자액의 25%를 세액공제해 주는 ‘반도체 칩과 과학 법’을 통과시키는 등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해 행정부와 의회가 똘똘 뭉쳐 있다. 한국과 미국의 상반된 풍경을 바라보는 최 회장은 어떤 심정인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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