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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만서 충돌하는 미·중… 한국 외교전략 더 정교해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방문 일정을 마친 펠로시 의장의 다음 행선지는 대만이다. EPA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됐다. 중국은 “(대만에서)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탄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고를 실행하듯 군사적 행동에 나섰다. 민간기 비행을 통제한 채 군용기와 군함이 대만해협 경계선을 넘나들며 종일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대만은 군사 대비태세를 격상했고, 미국은 펠로시를 보호하기 위해 항공모함 타격단과 강습상륙함들을 대만 쪽에 집결시킨 터라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세계 패권을 다투는 두 강대국 사이에 무력 대치에 준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와 차원이 다른 긴장 상황은 기존 질서가 와해된 세계정세의 불안정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탈냉전과 세계화 질서가 수명을 다해가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의 화약고인 대만이 충돌 무대로 떠올랐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면서 대만 방어도 다짐하던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을 펠로시의 대만행이 희석시키자 그것을 토대로 유지되던 균형에 균열이 생겼다. 미·중 관계에 변곡점이 될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무역과 자원 등 경제 영역에서 벌어져온 두 나라의 패권 다툼이 정치·외교·군사적 대결로 치닫는다면 예측 불허의 위기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양국 모두와 뗄 수 없는 관계인 한국이 장차 맞닥뜨릴 외교적 선택은 갈수록 민감해지게 됐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요구한 ‘사드 3불(不)’의 안보 문제부터 미국이 강하게 주문하는 ‘칩4 동맹’의 경제 문제까지 양국 사이에 끼인 이슈가 산적해 있다. 북한이란 화약고를 이고 있는 탓에 지금 대만이 처한 상황에 우리가 놓이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우선 굳건히 다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했고 적절한 선택이었다. 이제 미·중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를 탈피할 외교적 대응력이 필요하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아직 중국과 본격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치밀한 전략을 세워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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