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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의사과학자 양성 성공하려면


얼마 전 고1 아들이 장래 직업으로 의사과학자(MD-PhD)가 어떤지, 되려면 꼭 의대에 들어가야 하는지 물어왔다. 자기가 활동 중인 학교 내 융합인재아카데미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런데 의사과학자가 정확하게 뭔지,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직업적 전망은 있는지 상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정보는 대부분 단편적이고 피상적이라고 했다.

자신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아들과 같은 중·고교 시기에 의사과학자에 대해 제대로 알 기회가 많이 제공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포털이나 커뮤니티에도 의사과학자가 되는 길을 묻는 학생들의 상담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최근 정부와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의학계 차원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에 관한 정책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예비 의사과학자들의 지식의 목마름을 해갈해 주진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의사과학자는 의과학 연구를 주로 하는 의사를 말한다.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 출현과 인구 고령화 등으로 바이오·의생명과학 분야가 국가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의사과학자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2020년 말 코로나 mRNA백신을 화이자사와 공동개발한 독일의 우구르 사힌 박사 부부, 재생의료의 꽃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처음 만든 공로로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 등이 대표적인 의사과학자다.

내과 의사 출신인 사힌 박사는 동료인 아내와 함께 생명공학회사 바이오엔테크를 창업해 암과 면역학 연구에 매진하다 21세기 최악의 신종 감염병에 맞설 첫 번째 무기를 인류에게 선사했다. 이들 부부는 결혼식도 실험실에서 실험복을 입은 채 올렸고 당일 혼인신고를 하고는 곧바로 실험실로 돌아왔을 정도로 연구에 몰두했다고 한다. 신야 교수도 의대 졸업 후 임상의(醫)로서 환자를 진료하기보다는 기초의학 연구에 더 몰입해 과학자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아직 노벨과학상 수상자 한 명 없는 한국의 빈약한 의과학계 현실을 얘기할 때 꼭 거론돼온 것이 의사과학자 육성이다. 1901년 이후 120년간 노벨의학상 수상자 224명 가운데 절반 이상(117명)이 의사였다는 통계는 무엇을 말해주나. 단순히 병을 고치는 의사가 아니라 ‘연구하는 의사’의 양성이 절실함을 보여준다. 수십년 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전문 프로그램을 지원해온 미국 일본 등이 노벨상 수상자를 대거 배출한 이유가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의대에서 연간 배출되는 의사과학자 수는 학교당 1명이 채 안된다(지난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26개 의대 조사). 한국 의대들의 목표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를 만들어내는 데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기 어렵고 직업으로서 불투명한 미래 등도 의사과학자 되기를 주저하거나 중간에 이탈하게 한다. 그렇다보니 의대 졸업 후 대부분은 연구보다는 돈 되는 임상 의사의 길을 걷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카이스트와 포스텍 등 과학기술특성화대가 과학과 의학 융합 연구를 위한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고 의학교육기관협의체가 산하에 의사과학자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의대 교육체계 혁신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의사과학자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일찍부터 의사과학자가 될 수 있는 정확한 경로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대학은 물론 그 이전, 즉 중·고교때부터 의사과학자 롤모델을 접할 기회를 많이 갖게 해 그들의 경험을 나누고 성공 DNA가 심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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