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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심도의 전쟁유산 보존

조명래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장


지심도를 아시나요? 경남 거제도 남단 끝자락에 있는 10만평 남짓한 작은 섬이다. 하늘에서 보면, 한자 마음 심(心) 자를 닮았다고 해서 지심도로 불린다. 길이 1.5㎞, 폭 500m의 작은 섬엔 36종의 식생이 빼곡히 자라고 있는데 이 중 60~70%가 동백나무다. 지심도는 그래서 동백섬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려해상공원 구역에 있는 지심도는 그만큼 보전 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1936년 7월부터 18개월 동안 일본 육군성 축성부는 강제 징용 노동력을 이용해 주민들을 쫓아내고 지심도를 군사 요새화했다. 150㎜ 캐넌포 4문(사거리 20㎞)을 설치하면서 지하 탄약고, 관측 벙커, 방향 표시석, 서치라이트(보관소), 전등(발전)소 등과 함께 1개 중대(100여명)가 머물 수 있는 장교 및 간부 숙소, 헌병 분주소, 군 막사, 식량 배급소, 목욕탕, 저류장, 발전소장 관사 등을 지었다. 이런 시설은 주민들이 손질해 주거 공간으로 쓰고 있지만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섬 자체가 일제강점기 전쟁유산인 셈이다.

태평양전쟁을 대비하면서 일제는 지심도에 포대를 설치했다. 진해만, 부산항, 대한해협을 드나드는 자국 함선을 보호하면서 적군 함선의 접근을 감시·공격하기 위함이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방식으로 설치된 대마도 포대 등에서 동시 포격을 하면 대한해협은 군사적으로 통제가 가능했다. 대마도와 불과 55㎞ 떨어진 지심도는 일제가 옛 소련의 남하를 견제하고, 태평양전쟁 확대로 한반도 쪽으로 진격해 올 적군의 공격을 막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지심도 주민들은 전쟁 요새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들이 거동조차 불가능할 경우 바닷가에 버려졌다는 이야기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지심도의 전쟁유산은 그런 점에서 제국주의 일본의 전쟁 야욕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2017년 지심도의 소유권이 국방부에서 거제시로 이관됐다. 거제시는 지심도의 이관을 오랫동안 원했지만, 한려해상공원을 관리하는 환경부는 지심도의 지자체 이관을 반대했었다. 개발 우려와 그로 인한 섬 생태 환경 훼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관받기 전인 2013년 거제시는 ‘친환경 관광휴양지로의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지심도 이관 종합대책’을 수립 추진했고, 이관을 받은 후 주민들의 퇴거를 명령한 것은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지심도의 동백숲과 일제강점기 전쟁유산을 지켜 온 것은 주민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지심도 동백숲에 몇 차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주민들이 나서서 진화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주민들은 전쟁유산의 원형에 대한 사진 기록 등을 남기고 등록문화재 지정을 자발적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관광개발계획만 있고 전쟁유산 보존을 위한 이렇다 할 만한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주민 강제퇴거는 동백숲과 섬의 전쟁유산을 훼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민족의 아픈 역사는 ‘기억’을 통해서만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개발로 인해 지심도 일제강점기 전쟁유산이 훼손되고 섬 주민들이 떠난다면 역사는 미래세대에게 교훈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심도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민족의 아픈 역사와 섬의 자연환경, 그리고 주민의 삶을 보호하는 운동이다. 시민단체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2022년 광복 77주년을 맞아 지심도 전쟁유산 보존을 위한 보전 자산매입 운동을 선포했다.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 기부, 기증 등으로 멸실 위기에 처한 자연 및 문화유산의 소유권을 획득해 시민의 이름으로 영구히 보전하는 게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다. 지심도는 섬 전체가 전쟁유산 지구·지역으로 지정되고 보존 관리돼야 마땅하다.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은 이를 위한 마중물에 불과하다.

조명래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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