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시론

[시론] 자립준비청년 홀로서기, 혼자서 할 수 없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매년 약 2500명의 아이들이 만 18세가 되면 아동양육시설, 위탁가정에서 보호가 종료되고 자립해야 한다.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정부 지원이 있지만 일반 청년도 취업난, 주거 불안 등으로 가정에서 자립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자립준비청년의 홀로서기는 결코 쉽지 않다. 심지어 고립과 단절로 정보 접근성이 낮고 극단적 무기력에 빠져 있는 가장 취약한 아이들은 보호종료 후에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접촉이 없으니 지원에서도 배제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별로 10~40%나 되는 이들을 찾아내는 실태 파악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고 생활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자립으로 내몰리다 보니 노숙자가 되거나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자립준비청년의 연이은 자살로 정부는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주거지원 등을 더 늘리겠다며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정책도 이들이 심리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는다면, 동행하는 지원 인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이 때문에 자립지원전담기관이나 자립지원전담요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개 자립준비청년 지원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전문 인력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인색한 경우가 많다. 매년 대상자가 누적돼 지원 인력 1인이 약 85명 이상의 자립준비청년을 관리해야 한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력으로 세심한 개별 사례 관리를 통해 맞춤형 지원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자립준비청년과 충분히 의논하며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이 적절히 배치되고 이들이 장기 근속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들이 각자의 인생을 찾아가는 속도와 방향은 똑같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누구라도 실패할 수 있다. 실패도 부모라는 방패막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충전과 성장의 시간일 수 있지만 자립준비청년에게는 밑바닥을 마주하는 두렵고 낯선 경험이 된다. 자립준비청년이 첫 도전에서 실패하더라도 다시 진로를 변경하거나 재도전할 수 있도록 두 번째 기회를 줘야 한다. 이들이 재기를 꿈꿀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되면 실패도 인생의 보약이 될 수 있다.

또한 아무리 노력해도 정부 대책은 완전하지도, 충분하지도 않으므로 민관 협력과 시민 참여도 중요하다. 삼성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자체와 함께 자립준비청년에게 주거를 제공하고 자립을 돕는 희망디딤돌사업은 좋은 예다. 기업은 물론 국민도 참여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에게는 경제 지원과 더불어 인생의 크고 작은 고민을 상의할 수 있는 건강한 어른이 필요한데, 주위에 조언자가 없을 경우 더 많은 방황과 좌절을 경험한다. 지금도 어딘가에 자립준비청년이 고민을 나눌 데가 없어 혼자 괴로워하며 주저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국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이나 지역에서도 일대일 결연을 통해 부모처럼 심리정서적 지원과 멘토 역할을 해줄 조언자들이 필요하다. 국가 지원, 민관 협력, 시민 참여를 통해 더 탄탄해진 사회안전망으로 자립준비청년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

자립 개념은 변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자립은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 오해한다. 그러나 홀로서기 과정은 누구도 혼자 할 수 없다. 자립은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힘들면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만들어야 가능하다. 자립준비청년도 예외가 아니다. 보호종료 전부터 충분한 자립준비 교육을 통해 자립은 아무 도움 없이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의 관계와 도움 속에서 건강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는 점을 배워야 한다. 서로에게 꼭 필요할 때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사회에서 자립준비청년이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의지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길 바란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