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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개구리, 다이빙벨, 윤석열차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시간을 박근혜정부 1년 차인 9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2013년 9월 국립극단의 연극 ‘개구리’는 블랙리스트 사태의 신호탄이 됐다. ‘개구리’는 고대 그리스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으로 극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이 현대 한국 상황에 맞춰 재창작에 가까운 각색을 했다. 각색된 ‘개구리’는 저승세계에서 벌어지는 좌우 이념 대결을 다뤘는데,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게 청와대 심기를 건드렸다.

이와 관련해 2017년 5월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 중 공개된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한 ‘국립극단 개구리 상영: 용서 안 돼’ ‘각 분야의 종북·친북 척결 나서야’ 등이 적혀 있다. 박 전 수석은 재판에 출석해 “문화예술계 일부 단체에서 만든 영화나 연극에서 대통령을 조롱하고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을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바로잡아야겠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국립극단의 ‘개구리’ 이후 국립 예술단체 작품에 대한 검열이 심해졌다. 또한 청와대는 2013년 9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민간단체 보조금 TF’를 운영하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에 하달했고, 문체부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각종 지원 사업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들의 지원을 축소·배제했다.

문화예술계에서 자행된 수많은 검열 및 지원 축소·배제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의 ‘다이빙벨’ 사태는 대표적이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사고 당시의 구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부산시의 상영 취소 요구를 영화제가 거부한 뒤 영화제는 존립이 흔들릴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감사원이 영화제 감사에 나섰으며, 부산시와 문체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는 지원금을 절반이나 깎았다. 결국 이용관 당시 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사퇴했는데, 이후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위원회는 청와대가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을 통해 이 위원장 사퇴를 압박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런 검열과 지원 배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뤄졌다. 다만 박근혜정부 때 훨씬 광범위하고 집요하게 진행된 데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각성한 예술가들이 국가 권력에 대한 저항 정신을 불태우면서 새 전환점을 맞게 됐다. 민주주의 원칙을 거스르는 반헌법 행위인 블랙리스트 문제가 드러나자 예술가들이 대통령 탄핵 정국의 최전선에 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블랙리스트 사태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예술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태도가 박근혜 정권을 떠올리게 만들어서다. 최근 문체부는 고등학생이 그린 윤 대통령 풍자만화 ‘윤석열차’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최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과 관련해 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하고 신속히 조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만화계를 비롯한 문화예술계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사죄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윤석열차 논란에 대해 “그런 문제는 대통령이 언급할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평소 그렇게나 외치는 ‘자유’ 안에 표현의 자유는 없는 모양이다. 박 장관의 경우 작품이 아니라 공모전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킨 만화영상진흥원을 문제 삼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예술이 지닌 저항과 전복 속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던 문체부 공무원들은 이번에도 ‘영혼’ 없이 행동할 것인가?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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