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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자립준비청년의 이모 삼촌이 되자

강주화 미션탐사부 차장


내가 들은 한 목사님 내외 얘기다. 이 부부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5명과 근거리에 살면서 이들을 수년째 돌보고 있다. 가끔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명절에 같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청년들끼리도 친해져서 자기들끼리 만나 놀기도 하고 삼겹살도 구워먹는다. 말하자면 이 목사님 내외는 청년들에게 동네 이모와 삼촌이다.

요즘 만 18세에 보육원을 떠나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들이 보육원을 나와 세상 밖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적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장치가 될 울타리다.

자립준비청년은 매년 2500명 정도. 이들이 지자체로부터 5년간 받는 지원금은 월 35만원, 자립정착금은 수백만원에 불과하다. 다행히 앞으로 순차적으로 이 지원금 규모는 높아질 예정이다. 지난여름 광주에서는 대학교에 다니던 보육원 출신 청년 2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경제적 불안감과 사회적 고립감이 이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보호종료아동 31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0%인 1552명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부와 민간 차원의 다양한 도움이 필요하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는 자립수당 외 학업수당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지역별로 설치하고 전문성 있는 자립멘토를 선발해 청년들과 연결해주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시설 밖 어른이나 일반 가정과 후원 관계를 맺어 어른이 돼서도 관계를 이어가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만약 광주 두 청년 가까이 고민을 나눌 친구나 조언을 구할 어른이 있었다면 상황을 달라질 수 있다. 어린 시절을 보육원에서 보낸 한 분은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을 후원하던 분과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졸업식 때도 오고 결혼할 때도 오고 지금도 명절 때 찾아뵙는다고 했다. 아마 이 분에게 그 후원자는 세상을 살아갈 때 든든한 이모 또는 삼촌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인생은 외롭다. 지치고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누군자 자기 삶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 삶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요즘 자립준비청년과 후견인을 연결하는 데 관심이 크다. 이 관계를 보호 종료 직후가 아니라 더 어린 시절부터 가지면 안정된 자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는 삶을 나눌 사회적 관계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목사님 부부가 돌보는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는 그런 사회적 관계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일을 하는 분들을 경제적으로 돕는 기업이나 교회도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해외 아동을 후원하는 것처럼 국내 보육원 아동도 어릴 때부터 후원하고 성인이 된 뒤에도 계속 만나 동네 삼촌이나 이모가 돼 준다면 어떨까. 자립준비청년들이 두 발로 이 땅에 서는 데 힘이 될 것이다.

강주화 미션탐사부 차장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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