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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카카오 사태 해결책은 이용자 선택권 보장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지난 15일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건은 이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일컬어지고 있다. 진영을 나눠 싸우던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카카오그룹 창업자를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러 세웠다. 카카오가 오랜만에 정치권도 통합하는 힘을 발휘했으니 ‘국민 서비스’라 할 만하다.

사고가 길어지고 국민이 분노하자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발 빠르게 기회를 잡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생활 불편을 걱정하면서 긴급한 복구와 대책 마련을 지시하자마자 여러 기관의 규제 경쟁이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 복원과 피해 복구,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환경 정비 등 긴급 조치가 필요한 분야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갑자기 국가안보 문제를 들어 플랫폼서비스를 들여다보겠다는 국가안보담당기관의 발표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플랫폼 독과점이 증명되지도 않았는데 독과점 폐해라고 이번 사태를 단정 짓는 것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모종의 음모로 비친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사태를 정확하게 조사하고 진단하는 것이다. 사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화재사고를 먼저 분석하고 시간대별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치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규명하는 일이 우선이다. 이런 일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이 사태가 독과점 문제로 둔갑되거나 모든 데이터센터에 대해 과중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서비스에 대한 안보기관의 검증을 논의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국민을 더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사고 수습에 집중하기 바란다. 나머지는 나라가 대신해 줄 필요 없다. 플랫폼 이용자는 플랫폼서비스를 지켜보고 있고 스스로 선택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서 이용자가 보인 모습은 두 가지로 대별되는데 적극적인 이들은 경쟁서비스로 갈아타기 시작했고 다른 이들은 카카오의 네트워크 효과에 갇혀 다시 복구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의 신뢰 회복 조치가 미흡하거나 장기적인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경쟁서비스로 모두 갈아탈 것이다.

이용자는 바보가 아니다. 전 국민이 디지털족인 한국에서 정부가 나서서 불필요한 규제를 강화하면 이용자도 국내 시장도 패배한다. 이제는 스마트한 과학적 규제를 제대로 논의할 때다. 혁신 자본가 한 사람을 국회에 세워 놓고 야단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건 마치 혁신 자본가에게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비는 꼴밖에 안 된다. 국가는 그러라고 있는 제도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용자와 국민을 믿어야 한다. 이용자와 국민은 스스로 선택한다. 빠른 복구, 피해 구제, 튼튼한 물리적 환경 구축은 국민이 응원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 먹통 사태를 비집고 들어오는 비합리적 규제, 과도하고 선정적이지만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의 권한 경쟁은 이용자도 국민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국가안보기관이 플랫폼 서비스를 들여다보는 걸로 결정되면 이용자는 모두 디지털 망명을 떠날 것이다. 독과점 규제로 국내 경쟁사업자가 무너지면 해외 사업자만 웃게 된다는 걸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디지털 매국노가 될 것이 아니라면 이용자가 선택권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도록 국내외 공통 경쟁체제에 적합한 글로벌 평등 규제를 설계하면 된다.

국민은 윤석열정부가 발표한 디지털플랫폼정부 전략과 플랫폼 자율규제 정책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정부 모델과 자율규제 거버넌스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면 미래가 어두워진다. 이 일은 정부가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정부와 민간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우리의 미래다. 그런 일을 하려고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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