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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불꽃놀이’와 그 이면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못했던 지역 축제가 잇따라 개최되고 있다. ‘불꽃놀이’도 다시 시작됐다.

불꽃놀이는 중국에서 기원했다. 7세기 초 원시적인 연화(煙火)가 있었고, 9세기 화약제조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불꽃놀이가 고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13세기 기술이 발달해 유럽으로 퍼졌다. 19세기에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이 등장한 뒤 더욱 화려해졌다. 우리나라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된 것은 고려시대로 추정된다. 조선 태종 때부터는 화약을 이용한 불꽃놀이가 연례행사로 치러졌다. 고려 말 최무선이 개발한 화약제조법은 나날이 개선됐지만 화약을 사용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불꽃놀이였다. 당시 불꽃놀이는 질병과 액을 쫓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조선을 수시로 약탈하는 북방 야인들과 일본 왜구에게 힘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현대 세계적인 이벤트로는 매년 마지막 날 자정에 열리는 호주 시드니의 새해맞이 불꽃축제, 매년 8월 넷째 토요일 열리는 일본의 오마가리 불꽃대회, 6월 중순~7월 말 개최되는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연화대회 등이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서울세계불꽃축제가 3년 만인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렸다. 이 축제에서는 영국, 중국, 이탈리아, 한국 대표팀이 11만여 발의 오색 불꽃으로 가을 밤하늘을 수놓았다. 관람 명소인 63빌딩 앞과 이촌 한강공원, 한강대교 중앙 노들섬 등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화려한 불꽃이 지난 3년간 코로나로 고생했던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줬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여의도 인근 강변북로나 마포대교 등에서는 비상 깜빡이를 켠 차량들이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정차해 일대에 심한 교통체증을 유발했다. 통행하려는 차와 구경하려는 차가 뒤섞여 경적이 울리고 아비규환이었다. 경찰이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고질적인 쓰레기 문제도 반복됐다. 불꽃축제가 끝난 뒤 여의도한강공원에는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가 산을 이뤘다. 몸만 빠져나가면서 버리고 간 은박 돗자리와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맥주 캔, 치킨 포장 박스, 치킨 뼈 등이 시민 의식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날 하루 동안 여의도에서 38t, 이촌에서 12t 등 총 50t의 쓰레기가 수거됐다. 평소 주말 쓰레기양인 4~5t의 10배에 달했다.

다음 달 5일에는 부산불꽃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3년 전인 2019년 불꽃축제와 동일하게 본 행사인 부산멀티불꽃쇼 때 광안리해수욕장 외에도 동백섬과 이기대 앞에서도 불꽃축제를 동시에 진행한다. 과거 부산불꽃축제도 혼잡과 무질서로 얼룩졌다. 눈에 잘 띄지 않아 간과되는 부작용도 있다. 불꽃놀이의 폭죽은 화학물질을 태우면서 나타나는 색깔이 특정 형태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리튬은 붉은색, 칼슘은 주황색, 나트륨은 노란색, 바륨은 초록색, 구리는 에메랄드색 등이 대표적이다. 화학물질이 타고 나면 미세먼지와 연기가 남는다. 발암물질에 포함된 벤젠과 톨루엔, 에틸벤젠 등도 다량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과 탄소중립 등 세계적 화두에 발맞춰 드론쇼나 친환경 폭죽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꽃 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시민의식 등은 그에 훨씬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불꽃축제가 오히려 치부를 드러내는 난장판이 되는 상황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뒤따라야 경제뿐 아니라 문화와 민주주의에서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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