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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태원 참사와 정부 지자체 경찰의 제 역할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슬프다. 안타깝다. 우리 기성세대가 젊은세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지켜주지도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참 아프다.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는 최악의 인재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런 압사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지자체, 경찰 및 소방의 역할을 재점검해 보자.

정부는 안전관리정책을 수립하는 주체인데, 행정안전부 장관의 ‘예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다’라는 말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정부는 주최자가 있는 데다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에 대해서는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했다. 하지만 주최자가 없는 행사 및 1000명 미만이 모이는 소규모 행사에 대해선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았기에 이번 사고의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 결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할 정부가 맡은 바 일을 소홀히 해서 발생한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주최자 없는 집단행사에도 철저한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소규모 행사라 할지라도 군중 밀집도가 ㎡당 6~7명으로 매우 높은 행사에 대해선 별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주기 바란다. 정부는 다중 운집 행사의 유형을 포괄적으로 정리하고 체계적인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줘야 할 것이다.

지자체는 안전관리정책을 집행하는 주체다. 사람이 많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지자체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참사처럼 주최자가 없는 행사의 경우에는 안전관리 매뉴얼이 없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아예 손을 놓아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주최자가 명확하지 않은 행사라고 해도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안전 조치나 인원 통제에 대한 사항을 경찰에 요청했어야 함에도 이런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행사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책임지고 안전관리감독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

경찰은 질서 유지 등 치안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안전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되면 지자체에 통보하고 긴급 통제 조치를 해야 했음에도 이를 외면했다. 무엇보다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경찰에 다수의 신고가 접수됐고, 구체적인 압사 정황까지 알렸는데도 출동조차 하지 않은 다수의 경우가 있었다고 하니 할 말을 잃었다. 경찰의 미숙한 대응에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일단 112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에 신속히 출동해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 후 신고자에게 처리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기본 대응 매뉴얼이다. 따라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 못한 경찰이 질타를 받는 건 마땅하다. 경찰은 2015년에 주최자 없는 행사의 사고 발생 위험성을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지난 7년간 아무런 손을 쓰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때 검찰 권한을 경찰로 대거 넘기는 과정에서 경찰 권력이 비대해졌지만 경찰에 대한 충분한 통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도 있다. 경찰은 헌신과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사회공공의 질서 유지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조직은 축소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다.

소방 기관은 지자체와 협력해 화재를 예방하거나 진압하고 구조·구급 활동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곳이다. 이번 참사에서 소방의 잘못은 없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헌법 제7조는 이렇게 말한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정부, 지자체, 경찰, 소방은 국민이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서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주기 바란다. 이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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