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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CBM 발사장에 어린 딸까지… 핵 포기 않겠다는 뜻

연합뉴스

북한이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 사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이 있었다. 그와 꼭 닮은 딸은 미국 본토를 타격한다는 화성 17형이 날아오르자 박수를 쳤다. 그 풍경은 섬뜩할 만큼 기이했다. 김정은은 딸을 세상에 공개하는 장소로 핵무기 발사장을 택했고, 어린 딸을 데리고 다니며 대량살상무기를 코앞에서 보여줬다. 딸의 손을 잡고 나란히 선 뒷모습은 여느 아빠와 다르지 않았는데, 딸과 함께 바라본 것은 ICBM이었다. 그 순간 무슨 얘기를 했을지 추측케 하는 대목이 노동신문에 실렸다. ‘후대를 위해 핵병기를 계속 강화할 것이며….’ 이날 김정은은 “아빠가 너를 위해 만들었어”라고 딸에게 말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핵은 우리 자녀를 위한 것’이란 메시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보냈다. 자녀를 위한 일을 단념하는 부모는 없으니,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9월 법제화한 핵 포기 불가 방침을 딸과 함께 재확인한 셈이다.

북한의 의도는 명확해졌다. 과거엔 핵과 맞바꿔 경제를 일으키려 했다면(그럴 의사가 정말 있었는지도 의심스럽게 됐지만), 지금은 핵보유를 인정받아 뜯어내려 하고 있다. 타깃은 우리일 것이다. 기를 쓰고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을 만드는 목적도 미국의 핵우산을 무력화해 남한을 향한 핵위협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봐야 한다. 이번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 17형은 대기권 재진입 테스트를 제외하곤 사실상 개발이 마무리됐다. 북한의 핵위협은 새로운 차원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의 대응 전략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 비핵화 목표는 반드시 유지해야 하지만, 그것을 위한 접근법은 모든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 만에 하나 핵을 보유하더라도 뜻대로 되지 않을 거란 사실을 북한이 절감할 수 있도록 확고한 힘의 균형을 갖춰야 할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공개회의를 열기로 했다. 최근 늘 그랬듯이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한다면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다. 국제사회의 대북 공동대응을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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